참신한 콘셉트로 방송 전 주목받았던 '미래일기'가, 방송 후에도 변함없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안정환의 활약이 주효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미래일기'(연출 정윤정)에서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은 80세 독거노인으로 변신했다. 지금으로부터 39년의 세월이 흘러 백발이 됐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졌다. 왕년에 그라운드를 누비던 스타 선수는 없고, 가족 한 명 없는 독거 노인만 남았다.
안정환은 혼자 사는 집에서 가족사진을 보며 쓸쓸함을 곱씹었다. 노인 특수 분장과 콘셉트에 불과할 것만 같던 단순 상황극은, 출연자의 몰입으로 진지한 성찰로 거듭났다. 더욱이 자칫 '다큐'로 끝나버릴 법한 상황들은, 한층 물오른 '스포테이너' 안정환을 만나 '예능'의 날갯짓도 확실하게 했다. '핫핫핫핫'이라고 웃는 로봇을 상대로 만들어 내는 웃음들이 그러했다.
또한 "앞으로 친구들을 미리 만들어놔야겠다"며 즉석 어묵과 생일 케이크를 외롭게 먹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정환 역시 "젊었을 때 아무리 인기가 많고 날고 기어도 소용없다. 잊혀지는 것이 가장 무섭다. 나중에 진짜 80세가 됐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둬야겠다. 이렇게 살다가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흡사 진짜 노인의 정신까지 주입시킨 듯한 그의 모습은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시, 강성연 부부도 있었지만, '미래일기'를 완성시킨 것은 단연코 안정환이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게 한다는 설정은, 안정환 출연분에 확실하게 투영됐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노인의 삶을 직접 경험하는 스타, 그리고 그걸 간접 체험하는 시청자 모두에게 의미가 남달랐던 그런 방송이었다.
정규편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은 '미래일기'. 혹시, 반복되는 섭외와 특수분장이라는 콘셉트의 문제로 인해 정규 편성이 힘들다 할지라도,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휴에 특집 파일럿으로나마 또 다시 만나게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gato@osen.co.kr
[사진] '미래일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