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눈뜨고 코 베인 격이었다.
방송인 전현무는 소위 ‘몰카의 전설’로 불리는 이경규의 전략에 마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작정하고 덤벼든 이경규 때문에 그는 하루아침에 ‘헛똑똑이’로 전락했다.
전현무의 기막힌 사연은 이렇다. 이경규는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몰카 배틀-왕좌의 게임’(이하 몰카배틀)에서 방송 욕심이 많은 후배 전현무를 타깃으로 잡고 속이기 시작했다. 미끼는 중국판 ‘우결’. 현재 중국에서 제작 중인 중국판 ‘우결’ 시즌2에 전현무가 캐스팅됐다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날 전현무는 “중국 시장이 넓기 때문에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며 중국 진출 욕심을 드러냈다. 그의 매니저가 중국 투자자와의 미팅을 주선했는데(매니저 역시 속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평소 중국 진출을 꿈꾸던 전현무가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이경규가 멀리서 지켜보며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이끌었기 때문에 전현무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몰카라는 장르에 경험 많은 이경규가 베테랑다운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전현무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완전히 넘어갔다. 파트너로 언급된 5명의 중국 여배우들을 모두 만나겠다면서 결국 최고 미녀인 장신위안을 택했다. 그의 결연한 표정이 웃음을 배가했다.
그는 회당 출연료를 1억 2천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합의했고, 이내 이경규가 ‘복면가왕’의 복면을 쓰고 그의 앞으로 나섰다. 결국 전현무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망연자실하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신세를 한탄했다. 평소 눈치 빠르기로 소문난 전현무는 겉으로는 아는 것이 많아 보이지만 정작 알아야 할 때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헛똑똑이가 됐다.
이경규는 그를 속였다는 기쁨에 큰 웃음을 지었다. 이경규의 몰카는 계산적으로 치밀하게 움직이는 빠른 전개로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청중단의 투표 결과, 이경규가 123표 중 과반수를 넘긴 62표를 획득해 우승을 차지했다. 몰래카메라계의 전설다운 행보였다. 더불어 전현무의 허술함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2007년 11월 막을 내린 MBC ‘일밤-몰래카메라’가 9년 만인 2016년 2월 설 연휴에 다시 돌아왔다. 몰카로 연예인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려 웃음을 준다는 콘셉트는 같았지만, 여기에 이특과 노홍철이 가세해 누구의 몰카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겨루는 배틀이 추가됐다. 세 사람 가운데 이경규가 가장 노련함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내가 이런 C급들과 녹화를 하다니”라는 자만한 멘트로 후배들에게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직까지 ‘몰카배틀’이 정규 편성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봐선 가능성이 높다. 예능 대부 이경규가 다시 한 번 물꼬를 튼 몰래카메라가 안방극장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몰카배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