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만 나오면 눈을 뗄 수가 없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를 시청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묵직하게 깔리는 BGM도 한 몫 하고 있지만, 이방원에 빙의한 듯한 유아인의 연기력이 만들어 낸 마력이다.
사극에서 수도 없이 다뤄졌던 조선 건국 과정을 여섯 용을 앞세워 새롭게 재탄생시킨 '육룡이 나르샤'는 역사 속 3인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이방원(유아인)과 가상으로 만들어 낸 3인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 분이(신세경) 가 각각 여섯 용을 소화했다.
특히 천호진, 김명민 등 연기파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며 그 존재감에 있어 불을 뿜는 듯한 이는 단연코 이방원 역의 유아인이다. '특급용'이라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더욱이 극 초반 맑고 순수했던 아이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흑화'된 듯 목적을 위한 살육에 싸늘한 미소를 내비치는 모습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지난 9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도 그러했다. 세자의 자리에 욕심을 드러내는 이방원과 그것을 위해 무명의 손을 잡는 모습이 긴박감 있게 그려진 것. 정도전(김명민)과의 대립은 이제 기정사실화 됐으며, 그 외에도 대립각을 세울 이들이 줄을 섰다.
선죽교 철퇴로 정몽주(김의성)를 제거하고, 두문동에 불화살을 날려 그들을 설득시킨 것은 '킬방원'이라 불리는 이방원다운 방식이었다. 조선의 건국을 앞당긴 것은 누가 뭐래도 이방원의 공로다. 앞으로 이방원은 왕이 되기 위해, 무명의 손까지 잡는다.
역사책에서 읽었던 줄글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이방원의 모습은 유아인의 몸을 타고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는 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는 팩션 사극을 표방한 '육룡이 나르샤'가 다큐멘터리와 달리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명백한 요소이기도 했다.
역사가 스포인 만큼, 어차피 조선의 세 번째 왕은 이방원이다. 그는 태조 이성계에 이어 두 번째 정종(=이방과)의 뒤를 이어 왕이 되는 태종(=이방원)이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역사가 흥미를 자아낼 수 있는 데는 분명 이방원을 연기하고 있는 유아인의 흡인력이 주효했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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