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흑화한 뒤로 안정적인 연기력은 물론, 극의 재미와 긴장감까지 높이며 ‘육룡이 나르샤’의 선택이 옳았음을 손수 증명하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쫄깃해지는 전개와 더불어 이방원에 빙의한 듯한 유아인의 모습 역시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38회에서는 세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무명과 손을 잡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방원의 광기어린 행동은 앞서 이야기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흑화하기 시작한 것은 그 유명한 ‘선죽교 비극’인, 정몽주(김의성 분)를 살해한 사건 이후부터다. 결국 새 나라를 세우는 것을 끝까지 반대한 정몽주의 피를 묻힌 이방원은 ‘킬방원’으로서의 각성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러한 그의 잔인함에 염려한 정도전(김명민 분)은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새 나라가 세워질 것이다. 방원은 이 과정에서 분리돼야 한다. 새 나라의 지존이 되실 장군께선 포은을 죽인 일에 결백해야 한다. 그렇게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새 나라는 칼로 시작하게 됐다. 이 책임을 방원은 방원대로, 우린 우리대로 짊어지고 견뎌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이방원을 배제시켰고, 이는 이방원의 분노를 일으켰다.
아버지인 이성계와 스승인 정도전 모두에게 외면당한 이방원은 새 나라를 반대하는 유생들이 모인 두문동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두문동에 불화살을 쏘아 불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사람들만 설득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다시 한 번 광기를 드러낸 그의 모습에서 권력에 대한 욕심이 드러났다.
결국 방송 말미에는 세자로 책봉되기 위해 무명을 찾아가는 이방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연향(전미선 분)을 만나 “무명이 이방석을 세자로 만들려고 했냐”고 물었고, 연향은 “최영과 홍인방이 있었기에 조선이 세워질 수 있었다”고 답하며 이방원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어서 이성계가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만들면서 이 불안정, 부조화를 계기로 그에게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득하며 두 사람이 손잡을 것을 예고했다.
여태까지 조선 건국에 대해 그렸던 사극들이 이성계, 혹은 태종이 된 후의 이방원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육룡이 나르샤’는 어린 이방원이 철혈 군주로 거듭나게 되는 모든 것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완성시킨 것은 유아인의 연기력이었다. 그는 역사가 스포라는 사극의 단점 아닌 단점이 무색할 만큼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와 보는 이들 마저도 숨죽이게 하는 카리스마로 뽐내고 있다. 그야말로 이방원 그 자체가 된 듯한 모습이다.
앞으로 남은 것은 ‘왕자의 난’. 역사에 따르면 이때 이방원은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인 정도전·남은을 제거하고, 세자 방석과 그의 형 방번을 살해했다. 과연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려질 왕자의 난과 이를 이끌 이방원은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