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1월 막을 내린 MBC ‘일밤-몰래카메라’가 9년 만인 2016년 2월 설 연휴에 다시 돌아와 화제를 모았다. 뜨거운 반응 속에 정규편성을 바라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 하지만 정규편성보다는 오히려 '아육대' 같은 명절 특집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몰카 배틀-왕좌의 게임’(이하 몰카배틀)은 이경규표 몰래카메라의 발전, 변형된 모습이었다. 몰카로 연예인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려 웃음을 준다는 콘셉트는 같았지만, 여기에 이특과 노홍철이 가세해 누구의 몰카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겨루는 배틀이 추가됐다. 방송된 이경규가 전현무를, 이특이 걸스데이 혜리를, 노홍철이 일반인 예비신부를 속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방송은 아무래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였다. MC 세 사람 가운데 이경규가 가장 노련함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경규의 몰카는 계산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전개로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세 사람은 방청객의 투표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이경규가 123표 중 과반수를 넘긴 62표를 획득해 우승을 차지했다.
"내가 이런 C급들과 녹화를 하다니"라는, 이경규 특유의 밉지 않은 특유의 자만한 멘트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이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예능계의 고전이다. 이날 방송은 11.0%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닐슨 코리아 기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에 방송된 KBS 2TV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4.9%를, SBS '나를 찾아줘'는 4.3%를 각각 기록한 바다.
반응이 뜨겁다 보니 정규 편성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는 이날 “만약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이 된다면 저희 세 사람이 똘똘 뭉쳐서 웃음과 감동을 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몰래카메라'는 전 대중 취향이라는 강점도 지닌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 세대까지, 누구(연예인)를 속여서 웃음을 만든다는 포맷 자체가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쉽고 이해 빠르며 일면 자극적이다. 방송 편성 시간대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는 포맷 특성상, 매주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구성은 프로그램 진정성과 보는 이의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가끔 보면 선물처럼 정말 재미있지만, 정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이 몰래카메라다.
오히려 명절 때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처럼 특집처럼 시리즈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우려와 제약을 뛰어넘어 성공적인 레귤러 방송을 만든다면 놀라운 기획력의 승리겠지만 말이다. / nyc@osen.co.kr
[사진]'몰카배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