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조한을 시작으로 거미, 설운도, 윤도현, 그리고 박정현으로 이어졌던 실력파 가수들의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는 그 자체 만으로 이미 충분히 훌륭했다.
10일 오후 방송된 SBS '신의 목소리'는 프로가수와 아마추어가 보컬 배틀을 하는 설특집 파일럿 예능이었다. 일반인의 기대 이상의 무대와 장르를 바꾸고 힘들어 하는 가수들의 모습이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뚜껑을 연 방송은 의외였다.
장르가 전혀 다른 곡을 자신의 무대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흡사 과거 '나는 가수다'가 생각날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고작 준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2시간 뿐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그들의 색다른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의 목소리'는 제 몫을 제대로 해냈다.
이날 김조한은 이정석의 '사랑하기에', 거미는 H.O.T의 '위아더퓨처', 설운도는 윤현석의 '러브', 윤도현은 아이유의 '너랑 나', 박정현은 성시경의 '미소천사'를 열창했다.
이중 유일하게 윤도현은 4년차 아이돌 연습생 출신 김재환에게 106대 94로 12표차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록스피릿을 담아 '너랑 나'를 재해석한 윤도현의 무대는 분명 환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랩파트까지 완벽하게 선보인 거미, 록발라드를 소화하며 박정현을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설운도, 왜 박정현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 '미소천사' 무대까지 모든 게 박수 받아 마땅했다.
이들과 맞붙었던 일반인 참가자 여대생 전하영, 식자재유통업에 종사하는 신현민, 개그맨 문세윤, 전직 아이돌 연습생 김재환, 19살 여고생 권애진 등도 분명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 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게 분명했다.
아직은 정규 프로그램 편성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신의 목소리'가 파일럿을 넘어 레귤러가 된다면 이렇듯 실력자 일반인들과 프로들의 장르 파괴 무대에 눈과 귀가 행복하지 않을까. / gato@osen.co.kr
[사진] '신의 목소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