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vs 프로가수'의 맞대결을 콘셉트로 내걸었던 SBS 파일럿 '신의 목소리'가 노래 잘하는 인간과 '보컬신'의 경계를 더 명확하게 한 채 마무리됐다.
'알앤비 대디' 김조한을 시작으로 거미, 설운도, 윤도현, 그리고 박정현으로 이어졌던 명품 가수들의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는 그 자체로도 파격이었다. 연습할 시간이 고작 2시간이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대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신의 목소리'는 프로가수와 아마추어가 보컬 배틀을 하는 설특집 파일럿 예능. 재야에 숨은 일반인 고수들이 기대 이상의 무대를 보이고, 장르를 바꾸고 힘들어 하는 가수들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쳐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시청 포인트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방송은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도전해보지 않은 장르로 진땀을 흘릴 것이라 예상했던 무대에서 출연 가수들은 훨훨 날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 소화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과거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했던 MBC '나는 가수다'가 생각날 정도였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이색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의 목소리'는 제 기능을 톡톡히 했다.
김조한 버전의 '사랑하기에'(원곡 이정석)를 또 언제 들어보고, 거미가 부르는 '위 아 더 퓨처'(원곡 H.O.T), 설운도가 부른 '러브'(원곡 윤현석)를 상상이나 했을까. 특히 아이유의 '너랑 나'를 록스피릿으로 재해석한 윤도현의 무대나, 감미로운 '미소 천사'를 파워풀한 성량으로 덧입힌 박정현의 무대는 모두의 기립박수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가수 중에는 유일하게 윤도현이 전직 아이돌 연습생 김재환에게 106대 94, 단 12표의 차이로 패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무대가 평가절하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물론 이들과 맞붙었던 일반인 참가자 여대생 전하영(21), 식자재유통업에 종사하는 신현민(31), 개그맨 문세윤, 전직 아이돌 연습생 김재환(21), 여고생 권애진(19) 등은 이번 대결을 계기로 그들의 꿈에 한 단계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됐을 게 분명하다.
현재로서는 '신의 목소리'의 정규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규로 넘어가기엔 넘어야 할 벽도 보였다. 프로 가수들이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본전, 지면 그야말로 자존심이 구겨지는 상황인 만큼 자칫 출연자들이 민감해 할 수도 있기 때문.
그렇지만 '신의 목소리'가 파일럿을 넘어 레귤러 프로그램으로 재정비해 탄생한다면 매주 일반인 실력자들의 무대와 함께 장르를 넘나드는 보컬신들의 클라스가 다른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눈귀의 호강은 보장됐다. / gato@osen.co.kr
[사진] '신의 목소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