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캐릭터라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배우 봉태규가 돌아왔다. 쉽게 소화하기 힘든 망가지는 연기조차 실생활인 듯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연기력과 캐릭터 몰입력 역시 여전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2부작 예능드라마 ‘기적의 시간-로스타임’ 1회에서는 어이없는 죽음을 앞두고 12년이라는 로스타임을 갖게 된 달수(봉태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달수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트라우마로 12년간 방 안에 갇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다. 방문 밖조차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사까지 동생 달희(손담비 분)가 문 앞에 가져다 놓아야 겨우 가져다 먹는 인물이다.
이러한 달수의 모습 중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죽음이었다. 달희가 놓고 간 떡을 먹던 중 사례에 들려 질식사하게 된 것. 볼품없는 자세로 바닥에 쓰러진 그를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네 명의 저승 심판진이었다. 이들은 숫자 12가 쓰인 전광판을 들고 그에게 인생의 추가시간인 ‘로스타임’을 부여했다.
몇 번의 착오 끝에 자신에게 12시간이 남았음을 깨달은 달수는 곧장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침이 되자 사건 당시 모습을 재현하며 죽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전광판의 숫자는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12시간이 아니라 12일이었음을 알게 됐다.
달수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어지자 그에 대한 비밀도 공개됐다. 그는 자신 때문에 부모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육상 선수였음에도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며 12일이라는 시간을 보낸 달수는 “다음 생에는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라는 소망을 전하며 다시 한 번 눈을 감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죽지 않았고 12주라는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12주 역시 마찬가지로 무사히 넘어갔고 이제는 12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자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달수는 자신의 방문 앞에서 쓰러진 달희의 모습에 119를 부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119에게 문을 열어줄 수는 없었다. 결국 이모가 올 때까지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달수는 자신을 원망하며 자해했다.
무엇보다 달수 역에 완벽하게 몰입한 듯 오열하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는 봉태규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방송 말미에는 마침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12년이었음을 깨닫고 변하기 시작한 달수를 연기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의 달수가 은둔형외톨이의 전형이었다면 11년 후 달수는 그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었기 때문.
봉태규는 전작인 영화 ‘워킹맘’, ‘방과후 옥상’, ‘두얼굴의 여친’,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의 작품들을 통해 찌질한 연기의 대명사로 불린 바 있다. 이번 ‘로스타임’을 통해서는 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연기를 선보인 그가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무슨 캐릭터를 연기할지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로스타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