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설 연휴 파일럿 특집들의 시청률 전쟁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선택받기 위한 각 방송사별 자체 경쟁이 치열해질 시기다. 이번 설 파일럿 대전에 출전했던 제작 및 출연진들이 노심초사하는 배경이다. 지난 6일 스타트를 끊은 MBC '이경규의 요리원정대'를 시작으로 다시 돌아온 몰래카메라까지, 10점 만점으로 정규 파일럿 편성의 가능성 정도를 집중 분석했다.
◆ KBS - 중심은 아이돌
KBS가 준비했던 파일럿들은 대체로 아이돌 멤버들이 주도했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은 제목처럼 아이돌의 친인척이 참여해 노래자랑을 하는 내용으로 관심을 모았다. MC는 강호동과 김신영. '행님아'라는 유행어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은 이번에도 기가 막힌 MC 호흡을 선보여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두 사람 외에도 김영철, 송은이, 김숙, 김종민, 이특, 설운도, 은지원, 박성광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포맷상 명절 특집에 어울리는 만큼 정규 가능성은 3점 수준.
같은 날 전파를 탄 '우리는 형제입니다'. EXID 하니 남매, 배우 공승연과 트와이스 정연 자매, 배우 김지영과 김태한 남매가 출연, 따뜻한 소재의 파일럿을 공개했다. 바빠진 생활 속에서 서로 소홀해지며 대화가 줄어든 형제들이 어린 시절 추억을 되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그 안에서 형제의 의미를 확인한다는 취지다. 스타와 가족의 리얼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 때마다 큰 화제를 모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형제입니다' 역시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7점 수준.
9일 '머슬퀸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인의 머슬 멘토와 7명의 여성 출연자가 짝을 이뤄 운동을 배우는 콘셉트. 인순이와 트와이스 정연이 우승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가 했더니 바로 다음 날 인순이의 세금 탈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을 빠지게 했다. 하지만 건강과 탄력있는 몸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기회는 많다. 정규 가능성 8점 수준.
10일에는 상식테스트, 섹시테스트, 개인기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 베일에 쌓인 미션을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을 통해 반전 속내를 들여다보는 '본분 올림픽'이 방송됐다더. EXID 하니-솔지를 비롯해 트와이스의 정연-나연-다현, AOA의 지민, 오렌지캬라멜의 리지 등 대표 걸그룹 멤버들이 출연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7점 수준.
◆ MBC - SNS부터 몰카까지, 골라보는 재미
명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의 선두주자 MBC는 SNS 활용부터 몰래카메라까지, 다양한 소재로 방송 전부터 대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7일 심야 '톡하는대로 (Talk하는대路)'가 첫 출발. '톡하는대로'는 각 분야의 스타들이 목적지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오른 여행길에서 네티즌들이 골라주는 실시간 SNS 댓글대로 움직이는 '아바타 로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유세윤 차오루 팀과 10대 청소년 아바타 김동현 신동우 노태엽 팀, 배우 윤계상 권율 팀이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규 편성 가능성은 7점.
이미 지난 추석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듀엣가요제'는 이번 설에도 시청자들을 만난다. 8일 오후 방송된 '듀엣가요제'는 성 가수들과 일반인 출연자가 함께 무대에 올라 명품 무대를 만드는 구성으로 민경훈, EXID 솔지, 에이핑크 정은지, 정준영, 블락비 지코가 출연해 정규 편성을 노렸다. 정규 가능성은 7점.
안정환이 출연하는 '미래일기'는 가장 독특한 구성으로 궁금증을 유발했고 역시나 큰 화제와 반향을 일으켰다. 시간 여행자가 된 연예인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특별한 하루를 정해 살아보는 구성의 시간 여행 버라이어티 '미래일기'는 80세가 되기 위해 특수 분장을 한 안정환,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출연자의 미래 일기가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다. 정규 가능성은 8점 이상. 요즘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정환의 바쁜 일정이 오히려 걸림돌이다.
이경규는 쿡방 프로그램인 '이경규의 요리원정대'와 더불어 9일 오후 8'몰카배틀-왕좌의 게임'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무려 9년만에 돌아온 몰래카메라라는 폭발적인 관심 세례를 받았고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가다. '몰카배틀'은 한 명의 연예인을 포섭해 속였던 '몰래카메라'에서 업그레이드해, 세 명의 MC가 다양한 콘셉트의 몰카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최종 선택을 통해 왕좌를 차지하는 새로운 구성을 선보였다. 이경규 외에 노홍철, 이특이 MC로 나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설 특집 가운데 정규 가능성이 가장 높은 9점이지만 정규 편성보다 명절 특집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론도 상당수다.
마지막으로 9일 오후 전파를 탄 '인(人)스타워즈'는 SNS를 통해, 자신이 가진 특별한 팁을 공유해 수많은 팔로워들을 거느린 '人스타'들의 노하우를 공개하며, 분야별 최고를 뽑았다. SNS 최고의 스타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개성 강한 출연자들의 매력을 발견했던 시간으로 김성주와 박명수가 진행을 맡았다. 정규 가능성은 5점 수준.
◆ SBS - 재미보장 음악예능
SBS는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두 음악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공략했다. 9일 오후 안방을 찾은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는 누구나 휴대폰만 있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와 듀엣을 할 수 있고, 내 손 안에 있던 가수가 최고의 듀오로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의 음악 예능. 창정, 박명수, 김범수, 장윤정이 일반인 출연자와 듀엣 무대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전현무 김수로가 MC를 맡아 색다른 재미를 전했다. MBC '복면가왕' 등에 맞설 음악 프로그램이 절실한 SBS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규 편성 가능성이 높다. 8점 수준.
10일 오후 '보컬전쟁-신의 목소리'은 최고의 가수들이 일반인들과 노래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신의 목소리'는 아마추어 실력자가 프로가수들을 직접 지목해 일대일 대결을 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좀 더 긴장감 넘쳤다는 평가. 설운도, 박정현, 거미, 윤도현, 김조한이 출연했고 이휘재와 성시경이 MC로 나섰다. 역시 전략용 음악예능 파일럿이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8점 수준.
SBS의 경우 '신의 목소리'와 '판타스틱 듀오', 두 개의 음악예능 파일럿 가운데 하나는 정규 편성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둘의 전력이 팽팽해 선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parkjy@osen.co.kr
[사진] KBS,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