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금메달’이 때 아닌 성 상품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몸매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여성 아이돌들을 상대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몸무게를 쟀다는 사실이 논란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털털하게 웃어 보인 아이돌들의 매력은 극대화됐고, 이들 역시 제작진의 장난에 “재밌다”며 웃어넘긴 것이 포인트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금메달’은 상식테스트, 섹시테스트, 개인기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 베일에 싸인 미션을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을 통해 반전 속내를 들여다보는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작진은 상식 테스트를 한다며 아이돌을 책상 앞에 앉도록 한 뒤, 바퀴벌레 모형을 내밀었다. 이때 놀란 아이돌의 표정을 포착해 어떤 순간에서도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논란이 된 것은 섹시 댄스 테스트다. KBS의 옥상에 모인 여성 아이돌들은 섹시 댄스를 평가하겠다는 제작진의 말에 단상에 올라서서 열심히 춤을 췄다. 하지만 이 단상은 사실 체중계였고 당연히 그들의 몸무게가 공개됐다. 본인들이 적어낸 프로필상 몸무게와 실제 몸무게 차이를 측정, 정직함을 엿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성 아이돌을 성 상품화한 것 아니냐’, ‘몸무게라는 예민한 부분을 공개하다니 너무하다’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작진 역시 억울한 측면이 있다. ‘본분올림픽’의 연출을 맡은 최승희 PD는 이에 대해 “여성 아이돌을 상품화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본분금메달’은 파일럿이기 때문에 한 번에 임팩트를 남겨야하는 측면이 있어서 과했을 수도 있지만, 재미있고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몸무게 측정 논란에 대해서는 “애초에 몸무게가 공개적으로 프로필에 나와 있고, 큰 차이 없는 친구들을 불렀다. 2~3kg 정도는 옷 무게로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다 안다. 몸무게가 중요한 아이돌이었으면 안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장 분위기 역시 우려와 달리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여성 아이돌들은 “제작진 진짜 머리 좋다”며 감탄하기도 했고, 몸무게가 가장 많이 차이 나는 멤버로 꼽혔던 허영지 역시 기분 좋게 촬영을 마쳤다는 것.
무엇보다 유명한 특정 아이돌이 아닌, 출연한 모든 아이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한다는 점이 ‘본분올림픽’의 장점이다. 보통은 말을 잘 하거나 예능감이 출중한 이들 위주로 방송이 편집되지만, ‘본분올림픽’의 경우 10명이 넘는 카메라가 한 명씩 따라 붙어 골고루의 분량을 땄다. 이는 아이돌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몰랐던 아이돌의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늘 화제와 논란 사이에서 딜레마에 부딪히기도 한다. 무조건 잘했다고 칭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죽자고 달려드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분올림픽’의 경우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모자란 부분은 충분히 다듬고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조건적인 비난 보다는 합리적인 비판의 관점도 필요하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캡처 및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