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몰카 배틀-왕좌의 게임’(이하 몰카배틀)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정규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경규는 몰래카메라라는 예능 콘셉트에 적격인 인물인데 오랜만에 귀환한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면서 재미를 살린 것이다.
지난 2007년 11월 막을 내린 MBC ‘일밤-몰래카메라’가 9년 만인 2016년 2월 설 연휴에 돌아왔다. 몰카로 연예인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려 웃음을 준다는 콘셉트는 같았지만 여기에 후배 이특과 노홍철이 가세해 누구의 몰카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겨루는 배틀이 추가됐다.
세 사람 가운데 이경규가 가장 노련함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초반부터 “내가 이런 C급들과 녹화를 하다니”라는 자만한 멘트로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역시나 이경규의 자만은 당연한 결과를 내놓았다. 몰카 후 세 사람은 방청객의 공정한 투표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이경규가 123표 중 과반수를 넘긴 62표를 획득해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몰래카메라계의 전설다운 행보였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행보로 ‘갓경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역시 몰래카메라하면 이경규지” “이경규 편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이경규는 후배 전현무를 타깃으로 잡고 몰카를 시작했다. 미끼는 중국판 ‘우결’ 출연이었다. 판돈이 큰 중국에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는 소식은 누구라도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이 모두 이경규의 각본 아래 시작된 배틀이었다.
이미 반쯤 넘어간 전현무는 “중국 시장이 넓기 때문에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며 중국 방송의 출연을 승낙했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 매니저가 중국 투자자와의 미팅을 주선했는데, 때마침 중국 진출을 꿈꾸던 전현무가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그를 속이기 위해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 채연이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경규는 멀리서 지켜보며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이끌었다. 가짜 통역사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자 전화를 걸어 통역을 하라고 재빨리 지시했다. 경험 많은 이경규가 베테랑다운 면모를 드러낸 것. 전현무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완전히 넘어갔다.
전현무는 회당 출연료를 1억 2천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합의했고, 이내 이경규가 ‘복면가왕’의 복면을 쓰고 중국 방송사 회장님이라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지만 결국 전현무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망연자실하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신세를 한탄했다.
이경규는 그를 속였다는 기쁨에 큰 웃음을 지었다. 이경규의 몰카는 계산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전개로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더불어 단박에 속아넘어가는 전현무의 허술함도 재미를 높였다.
아직까지 ‘몰카배틀’이 정규 편성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봐선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경규는 이날 “만약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이 된다면 저희 세 사람이 똘똘 뭉쳐서 웃음과 감동을 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능 대부 이경규가 다시 한 번 물꼬를 튼 몰래카메라가 안방극장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purplish@osen.co.kr
[사진]'몰카배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