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파일럿의 묘미란 참신한 소재와 신선한 포맷을 의미한다. 최소 1회만으로 단 시간 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의 동아줄 같은 존재인 셈이다.
특히 이번 지상파 3사의 설 특집 파일럿은 일회성에 그칠 정도의 재미와 정규 편성을 기대할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던 프로그램들이 줄지어 등장하며 유독 치열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를 선보인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방송사 별로 하나씩 꼽아봤다.
■ KBS 2TV ‘본분금메달’
방송 직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본분금메달’이지만, 신선함과 재미로만 따진다면 나름대로 선방했다. 시청률 역시 7.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KBS가 선보인 다섯 개의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금메달’은 상식테스트, 섹시테스트, 개인기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 베일에 싸인 미션을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을 통해 반전 속내를 들여다보는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상할 수 없는 반전과 함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무허가 몸무게 공개로 출연자들을 성 상품화했다는 때 아닌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파일럿 프로그램인 만큼 정규로 편성된다면 다소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과 보완도 가능하다.
■ MBC ‘미래일기’
‘미래일기’는 그야말로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프로그램이다. 시간 여행자가 된 연예인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특별한 하루를 정해 살아보는 시간 여행 버라이어티로, 최근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하는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예능에 접목시켰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특히 노인이 된 안정환, 강성연·김가온 부부, 제시가 ‘멘붕’에 빠졌다가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즐기는 모습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독특한 소재를 잘 이용해 재미와 감동을 자아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 SBS ‘신의 목소리’
여기 믿고 보는 음악예능이었다. SBS가 내세운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신의 목소리’는 아마추어 실력자들이 실력파 가수들과 대결을 펼치는 형식의 음악 예능으로, 설운도, 윤도현, 김조한, 박정현, 거미와 같은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박정현이 부른 성시경의 ‘미소천사’, 거미가 부른 H.O.T의 ‘위아더퓨처’ 등 가수들이 직접 선택한 의외의 선곡이 듣는 재미를 높였다. 방송직후 이들의 무대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거센 후폭풍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의 목소리’ PD는 “시청률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놀랐다. 가수들이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아직 정규 편성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더 해봐야될 것 같다”라며 정규 편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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