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했던 설연휴도 끝이 났다. 다시 지친 일상으로 복귀한 학생과 직장인, 설연휴 가사노동으로 지친 주부 등을 위로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극장을 찾는다. 유아인의 첫 로맨틱코미디(로코),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춘을 그린 흑백영화, 소년소녀의 첫사랑을 담은 멜로까지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유아인의 첫 로코..‘좋아해줘’
‘좋아해줘’(감독 박현진)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사랑을 속삭이는 요즘 세대의 신(新) 연애방식을 담았다. 관심 있는 상대방의 SNS를 염탐하기도 하고, 자신의 SNS에 냉면 사진을 올리며 상대방에게 ‘함께 밥 먹으러가자’는 말을 대신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기술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대세배우 유아인의 첫 로코라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안하무인 재벌3세, 철혈군주, 비운의 왕세자 등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말랑말랑한 로코 ‘좋아해줘’에 ‘로그인’했다. 한류스타 진우 역으로 출연한 유아인이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하고 민간인이라 칭하는 경아(이미연 분)의 SNS를 염탐하는 모습은 웃음 포인트가 된다.
여기에 이미연, 최지우, 김주혁, 강하늘, 이솜 등 대세배우들이 총출동해 무려 세 커플의 로맨스를 보여줘 이야기에 풍성함을 더했다. 특히 최지우와 김주혁이 그리는 커플은 로코에 특화된 웃음만발 커플로 보고만 있어도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넘친다. 또한 강하늘과 이솜이 그리는 커플은 ‘썸’ 단계의 풋풋함부터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까지의 애틋함을 모두 담아내 가슴 찡한 감동도 선사한다. 오는 17일 개봉.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춘을 담은..‘동주’
본의 아니게 같은 날 두 영화를 동시 개봉하게 된 강하늘의 ‘동주’(감독 이준익)도 있다. 윤동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의 시는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널리 읽혀지고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절 겪었을 시인의 삶은 비교적 조명이 되지 않은 바. 이준익 감독은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윤동주의 청춘, 인간적인 면모를 끌어냈다. 흑백으로 담아낸 것도 암흑의 시대 이미지에 충실,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한 것.
윤동주를 설명하는데 있어 그의 벗이자 사촌, 평생의 라이벌 송몽규라는 인물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독립운동을 위해 뜨겁게 한 평생을 마친 송몽규는 배우 박정민이 열연을 펼쳤다. 목숨을 바치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송몽규의 인생은 현재 기록돼 있는 바가 몇 없다. 때문에 박정민은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송몽규 이름 석 자가 기억되길 누구보다도 더 희망했던 바. 역사에 차마 기록되지 못한 위인들에 대한 의식을 깨운다. 역시 오는 17일 개봉.
◇어느 시골마을 소년소녀의 첫사랑..‘순정’
소년소녀의 첫사랑은 늘 옳다. 황순원 소설가의 소설 ‘소나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는 듯한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은 도경수와 김소현의 로맨스로 첫사랑 멜로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특히 영화 속 범실(도경수 분)이 수옥(김소현 분)의 우산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담백하면서도 첫사랑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명장면이다.
두 사람의 멜로뿐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고흥의 오총사 친구들과의 우정은 이 영화를 살리는 필살기 중 하나. 주연배우 도경수가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과의 촬영을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추억할 만큼 영화에서도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하는 장면이 많다. ‘클래식’, ‘건축학개론’에 이어 첫사랑을 다룬 멜로영화 계보에 톡톡히 이름을 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4일 개봉. / besodam@osen.co.kr
[사진] '좋아해줘', '동주', '순정'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