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방송인들이 많지만 그들과 겨뤄도 뒤처지지 않는 ‘덕후’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문화 대통령이란 칭호를 얻은 가수 서태지 덕후가 그 주인공인데 덕후라는 사실보다 그의 독특한 말투와 이목을 끄는 이야기가 더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능력자들’에서 서태지의 능력자를 자처하는 김홍기 씨가 출연했다. 그의 외모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검정색 안경을 쓴 모습이 얼핏 보면 개그맨 최양락을 닮았다. 김구라는 그를 보고 “최양락 씨의 분위기가 난다”고 말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1990년대 대중음악의 국가대표로 선정된 서태지는 1996년 1월 22일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를 발표하고 무대를 떠난 뒤 그들에 대한 사랑을 오히려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고 볼 수 있다. 여느 팬클럽과 달리 팀이 해체된 뒤 만들어진 서태지의 팬클럽이 여전히 맹활약 중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다. 김홍기 씨도 그 중 한 명인데 “저는 서태지 팬이지만 아직까지 16년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서태지가 무대 위에 오른 사진 한 장만 보고도 몇 년도에 어디서, 몇 집 앨범 수록곡을 부른 콘서트 무대인지를 정확하게 맞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수많은 서태지 마니아들을 물리치고 출연한 그는 서태지의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노래를 섭렵하고 있었다. 서태지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진정한 능력자였다.
뿐만 아니라 서태지가 300여 명의 팬을 초대한 이벤트를 통해 자택까지 방문한 적도 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서태지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하는 그를 검증하기 위해 제작진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문제를 준비했다. 모든 문제를 맞힌 그는 “저도 지금 저한테 놀라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여 MC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의 능력에 감탄한 MC들은 승리를 예상하며 상금을 받으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부하겠다. 서태지의 생일인 2월 21일마다 청청각장애인복지관 청음회관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상금을 타면 770만 원을 기부하겠다. 30만 원은 제 공과금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우주 덕후에게 상금이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서태지에게 “형님의 노래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청년으로 살고 있다. 다음 음악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 소감을 말한 다음에 투표를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해 마지막까지 큰 웃음을 안겼다.
김홍기 씨는 메인MC인 김구라를 쥐고 흔들 정도로 재치와 유연성을 자랑했다. 그의 구수한 입담으로 금요일 밤 안방극장에 재미를 더하며 프로그램의 활력소로 자리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