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렁껄렁하지만 넉살 좋은 남자, 연애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남자, 까칠하고 냉정하지만 목석 같은 점이 허술해 보이는 남자. ‘마담 앙트완’ 속 세 남자의 공통점은 한예슬에게 반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기 위한 실험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그에게 점점 마음을 뺏겨 가는 세 남자의 모습이 십분 이해될 정도로 한예슬은 매력적이다.
‘마성의 한예슬’은 지난 12일 방송된 JTBC ‘마담 앙트완’에서도 빛을 발했다. 첫 방송부터 엉터리 프랑스어와 눈치만으로 용한 점쟁이 행세를 하는 혜림 역을 물 만난 듯 소화하더니, 점차 진행되는 세 남자와의 러브라인도 부족함 없이 보여 주고 있다.
이날 혜림(한예슬 분)은 수현(성준 분)과 냉정히 선을 긋는 와중에 승찬(정진운 분)과의 관계를 발전시켰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수현과의 밀고 당기기가 긴장감을 조성한 한편 승찬의 저돌적 구애는 안방극장에 달달함을 선사했다. 이 가운데서 완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 한예슬의 연기다. 때로는 한없이 연약하고, 때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날카롭게 상대를 꿰뚫어 본다.
지호(이주형 분) 역시 그런 혜림에 대한 사랑을 키워 나갔다. 자신을 어린애로만 보는 혜림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유림(황승언 분)과 키스 연습을 감행할 정도다. 혜림이 그런 지호에게까지 흔들렸다면 극 전체도 동요했을 터다. 원래 그렇게 설계돼 있는 캐릭터라 하더라도, 한예슬의 눈빛 연기가 없었다면 완벽하지는 못했을 그림이다.
한예슬이 이 드라마에서 보여 준 미덕은 세 남자의 애정을 한몸에 받는 역할을 부담 없이 소화했다는 것 뿐이 아니다. 다중인격으로 사회 생활에 힘듦을 겪고 있지만 각각의 인격이 살아남기를 원하는 유선(조은지 분)을 대할 때 혜림의 사랑스러움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자신을 치료하려는 수현의 얼굴을 알아 보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유선의 앞에서 혜림은 화장품 방문 판매원으로 변신했다.
혜림은 자신을 경계하는 유선에게 직접 화장을 해 주며 친근감을 높였다. 금세 친구가 된 두 사람은 함께 쇼핑에 나설 정도로 가까워졌다. 서로 다른 인격까지 녹인 혜림의 매력이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목석에 돌부처 같은 수현도 끝내 혜림에게 푹 빠져 있음을 고백했다. 결국 수현은 넘쳐 흐르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혜림에게 입을 맞췄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혜림, 그리고 한예슬에게 빠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세 남자 사이에서 벌어질 외줄타기는 더욱 아슬아슬해지겠지만, 그 안에서 선보일 혜림의 모습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마담 앙트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