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접할 수 없던 ‘지우히메’가 어느 순간 편해졌다. 여전히 비현실적 미모이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배우 최지우를 둘러싼 ‘신비주의’에 대한 오해. 데뷔한지 20년이 훌쩍 넘은 그녀이지만 매력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늘 새롭다.
최지우는 최근 OSEN과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현진) 관련 인터뷰에서 과거 신비주의와 관련해 “제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예뻐 보여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하려다가 그냥 하지 말자 나서지 말자는 게 컸던 것 같다. 그때는 시대적인 분위기가 어쩔 수 없이 신비주의였다”고 밝혔다.
기점은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삼시세끼 정선편 시즌2’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예능에서 최지우의 모습은 최지우라는 사람을 인간 대 인간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고, 대중에게 친근함을 가져다주는데 한몫했다. 원래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빈틈을 발견했을 때 더욱 사랑스러운 법이다.
이와 관련해 최지우는 “저는 예능 하기 전에도 항상 똑같고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많이 달라진 거다. 오히려 놀랐다. 제 보통 이미지가 평상시에 어땠길래 싶었다.(웃음) 오히려 절 정말 잘 아는 지인들은 ‘진짜 웃긴 앤데’, ‘진짜 재밌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예능에서의 모습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편해졌다. 사람 대하는 것도 촬영 현장에서도 훨씬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마침 스크린 컴백 작품도 이러한 이미지의 연장선상인 밝고 사랑스러운 로맨틱코미디 장르다. 여기서 최지우는 완벽해 보이지만 허술한 점이 많은 노처녀 스튜어디스 주란 역을 맡았다. 때문에 친근함과 귀여움을 더한 최지우의 연기는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는 “짙은 멜로는 드라마에서 많이 했다. 사람들이 저에 대해 기존에 생각하는 이미지가 눈물 멜로였는데 영화 ‘여배우들’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 이번 영화에서는 약간 저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기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최지우가 목에 탬버린을 걸고 걸그룹 오렌지 카라멜 노래에 막춤을 추는 노래방 신은 ‘좋아해줘’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조명까지 반짝반짝 빛나니 관객 입장에서는 진정 ‘자체발광’ 미모였지만, 최지우는 걱정이 많았다고. 그는 “시나리오 자체는 재밌게 봤지만 막상 내가 하면 민망해 보일까봐 걱정했다. 사실 지금도 민망하다”며 막춤에 처음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전 같았으면 많은 스태프들 앞에서 쑥스러워서 못했을 것”이라며 “춤을 배워올 걸 그랬다. 함께 추던 아이들은 정말 똑같이 배워 와서 췄는데 저도 똑같이 하면 차별화가 없을 것 같아서 막춤을 췄던 거다. 처음에는 음악도 안 틀어줬는데 박자가 안 맞더라.(웃음) 그냥 어렸을 때 봐왔던 춤을 모두 췄다”고 말했다.
김주혁과의 호흡도 빛났다. 특히 코믹함이 드러난 장면에서는 김주혁이 수많은 애드리브를 던졌다고. 이를 최지우는 척척 받아냈다. 즉흥적인 상대의 애드리브를 당황하지 않고 받아치는 것은 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최지우는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김)주혁오빠가 똑같은 애드리브를 다음 신에 또 하는 게 아니다. 컷이 바뀌면 또 바뀐다. 근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다. 부담감은 사실 전혀 없었다”며 두 사람의 호흡을 자랑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배우로서 너무 좋았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촬영이 띄엄띄엄 진행돼 친해지면서 애드리브를 찍는 게 되게 어려운데 오빠가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던 것 같다”며 김주혁의 연기를 칭찬했다.
앞으로 작품 속에서 최지우의 인간적인 면모를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그는 “상황이 저를 다르게 만들 것 같다. 어떤 상황이 왔을 때 저도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다”며 “누구나 계속 멜로를 하고 싶은 마음을 똑같겠지. 하지만 변화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지우는 건강한 멘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늘 멘탈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고 여배우는 특히 자존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신계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듯한 최지우의 변화가 반갑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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