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고 보는 김수현 작가다. 그야말로 막장 없이 따뜻하고 유쾌한 주말극의 탄생이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줄 정통 가족드라마로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의 복귀작이다. 김수현 작가는 그간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는 뿔났다', '부모님 전상서' 등 다양한 가족극을 통해 시청률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아왔기 때문에 이번 '그래 그런거야' 역시 큰 기대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리고 있는데, 이날 방송에서는 할아버지 유종철(이순재 분)을 중심으로 3대에 걸친 가족들의 캐릭터 소개가 이뤄졌다.
이들 가족은 각자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데 셋째 며느리 혜경(김해숙 분)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끝없는 집안일에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혜경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셋째 아들 세준(정해인 분)이었다.
세준은 취업은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있는데, 혜경의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었다. 게다가 부산 왕복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로 4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제사까지 빠지겠다고 하니 혜경의 고민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혜경의 장남 세현(조한선 분)은 연애에 문제가 생겼고, 딸 세희(윤소이 분)는 결혼 1년차임에도 처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남편에 속상해했다.
종철의 둘째 며느리 명란(정재순 분)은 건망증으로 고생을 했다. 남편 경후(송승환 분)은 이런 명란에 매일 화를 내기 일쑤. 또 경후와 명란의 딸 소희(신소율 분)는 남자가 무서워 결혼 못하겠다며 결혼 걱정을 했다.
그런 가운데 숙자의 이복 동생 숙경(양희경 분)이 방송 말미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종철의 첫째 아들인 민호(노주현 분)는 과부가 된 며느리 지선(서지혜 분)와 함께 오손도손 살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말았다. 지선의 모친인 태희(임예진 분)는 속상한 마음에 숙경을 만나 한탄을 했고, 입이 가벼운 숙경은 제사가 끝난 자리에서 식구들에게 이를 털어놓고 말았던 것.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 터져나온 숙경의 폭탄 발언은 가족 모두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김수현 작가는 첫 방송부터 개성 강한 캐릭터와 시대를 아우르는 주제 의식을 담아내며 계속 보고 싶어지는 가족극을 완성해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이도 극은 쫄깃함 그 자체였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표현력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것. 여기에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꿈을 이루려는 아들과 여성들이 느끼는 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 온갖 일에 다 참견하는 엄마에 맞서는 딸의 이야기 등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공존, 현실감을 높였다.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송승환, 정재순, 홍요섭, 김해숙, 임예진, 김정난 등 걸출한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줬으며, 서지혜, 신소율, 윤소이, 조한선, 정해인, 남규리 등도 부족함 없는 연기로 극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성공적으로 첫 방송을 마무리 지은 '그래 그런거야'가 주말 밤을 책임질 가슴 따뜻한 가족극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그래 그런거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