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 이태성. 드라마에서 부잣집 아들 역할을 자주 해왔던 그에게 수식어처럼 붙어 다녔던 이미지다. 그러나 ‘엄마’를 통해 기존의 판에 박힌 이미지에서 탈피한 과감한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는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가 효도는 셀프라면서도 어떻게든 유산은 받겠다는 괘씸한 자식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기획 의도는 이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엄마는 사고뭉치 자식들에게 늘 관대했다. 특히 둘째 김강재(이태성 분)는 말썽꾸러기로 어릴 때부터 엄마의 속을 썩이며 불효를 ‘즐겨왔다’. 그런 강재를 연기한 이태성의 변신은 놀랄 만하다.
그의 전작을 살펴보면, ‘금 나와라 뚝딱’에선 아버지의 기대에 한 치도 어긋남 없이 성실한 젊은 날을 보내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전교 1등 출신에 멋진 외모를 가진 남자를, ‘애정만만세’에서는 든든한 재력에 프로급 연주실력을 지닌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모두 그의 반듯한 이미지 덕분이었을 게다.
하지만 ‘엄마’에선 180도 변했다. 잘난 형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며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철부지를 연기했다. 강재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고를 쳐왔는데, 이번엔 끝판왕 격인 혼전임신을 저질렀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콩순(도희 분)이와의 결혼을 허락받으려는 강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콩순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강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게를 떠나 미혼모 시설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짐을 싸고 버스에 올라탄 콩순의 모습을 강재가 목격했고 버스에서 끌고 내렸다. 강재는 콩순의 미래와 엄마(윤정애 분)가 실망할 것을 걱정해 아이를 낳지 말자고 했지만 콩순의 뜻은 달랐다. “난 낳겠다. 미혼모 센터가 있다. 그렇다고 저에게 생긴 아이를 어떻게 하기는 진짜 싫다”고 말했다.
결국 강재는 콩순이와 결혼을 결심, 엄마에게 허락을 받으러 갔다. 부지런하고 착한 콩순을 좋아하던 엄마는 “너도 부모가 되면 엄마 마음을 알 거다. 엄마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결혼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강재는 제 뜻을 고집하며 사랑하는 콩순에게 바닷가 프러포즈를 했다.
석양 아래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감동적이고 진정성이 살아있었다.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는 “겁도 없이 나 같은 놈을 아빠라고 이 세상에 나올 내 자식을 두고 맹세한다. 너만 허락한다면 너와 내 자식하고, 좋은 남편으로 좋은 아빠로 내가 너희 둘 평생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성은 사고뭉치였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은 둘째 아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극중에서 잘하는 것 없이 속만 썩이는 모습은 그동안 그에게서 보지 못했던 이미지를 한껏 발산하고 있다.
절정의 연기를 선보인 그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인데, ‘엄마’가 선정적인 화면이나 병적인 스토리 전개 등 부적적한 대목 없이 현실을 살린 드라마로서 잔잔한 재미를 안겨줬다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이태성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