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금사월’ 출연 배우들이 대본의 허술함에 놀아나고 있다.
배우는 대본에 나온 대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에 정작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사를 치고 살려야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호감과 비호감으로 분류된다.
‘내 딸 금사월’의 배우들이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비호감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드라마 방송 후 게시판이나 기사 댓글에 조롱하는 글이 달리는 걸 보면 예상한 결과다. 과거 PD 중심이었던 드라마는 균형을 깨고 스타 작가가 중심으로 부상했고, 그들의 능력이 드라마의 성공조건으로 꼽히고 있다(물론 연출자의 의견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스타의 출연료와 작가료가 전체 제작비 중 50%를 넘어선 지 오래다.
막장드라마는 미니드라마나 사극처럼 특별한 장르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설정과 전개를 가진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문패를 달아줬고 즐기면서 보고 있다. ‘내 딸 금사월’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막장드라마란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도, 벌어지기도 힘든 자극적인 상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말한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드라마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뻔하고도 극단적 상황 설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킴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욕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을 따라가며 바로바로 소비하는 것이 막장드라마 감상의 핵심인 것이다.
특히나 막장극의 등장인물들은 성악설을 추구한다. 날 때부터 못된 성격에,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관계없이 막아선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을 보면 오혜상(박세영 분)은 조건이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되기 위해 친부모의 죽음까지 방관했다. 막말과 못된 짓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내 딸 금사월’에서 신득예(전인화 분)의 복수가 성공하면서 강만후(손창민 분) 일가가 무너진 모습이 그려졌다. 만후는 득예가 빼돌린 나무를 도로 가져가려다 도박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혀 철장 신세를 졌다. 그의 아들인 찬빈도 모든 것을 잃고 막노동부터 대리운전까지하며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나섰다.
그는 금사월(백진희 분)을 자신보다 사랑했었는데, 그녀의 엄마인 득예에게 당해 하루아침에 사월에게 등을 돌렸다. 사실 사랑했던 연인 사이가 변절되기 쉽지 않은데, ‘내 딸 금사월’에선 가능하다. 애틋함은 사라졌고 다시 복수를 해야할 원수로 전락했다.
찬빈은 이날 술에 취해 진상을 부리는 대리운전 손님에게 주먹을 가했고, 합의금을 내놓지 않으면 불구속 입건될 처지에 놓였다. 늘 따뜻하고 멋있었던 그가 달라진 것을 보니, 소름끼치는 득예의 복수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렇게 사랑하던 사월에게 “우린 남이다”라고 말한 걸 보면 말이다.
강찬빈이 일부러 신득예와 짜고 아버지 강만후의 참회를 위해 행동하는 게 아닌 이상 시청자들은 그의 변심을 납득하기 어렵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신득예를 원망하는 강찬빈과 금사월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내딸 금사월’은 이달 28일 종영한다. 김순옥 작가가 과연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인데 그 중에서도 강찬빈을 어떻게 완성할지 궁금하다./purplish@osen.co.kr
[사진]‘내 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