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작가가 ‘왔다 장보리’에 이어 ‘내딸 금사월’까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씩씩하던 캔디가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왔다 장보리’에서 오연서가 ‘답답하고 눈치 없는 캔디’로 욕 한바가지를 먹었다면, 이번에는 ‘내딸 금사월’ 백진희가 통쾌한 복수를 방해하는 ‘사리분별 못하는 짜증나는 캔디’로 아쉬움을 사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이 모두 예상했듯이 후반부 들어 안방극장의 혈압을 더 높이고 있다. 신득예(전인화 분)가 강만후(손창민 분)가 빼앗은 보금그룹을 되찾고 패가망신을 시킨 이야기가 40회 초반에 나올 때부터 불안했다. 50회로 기획된 이 드라마가 결국에는 권선징악을 다룬다고 했을 때 너무도 빠른 복수에 모두가 의아했기 때문.
극성에 센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김순옥 작가는 득예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빠르게 복수에 성공한 후 딸인 금사월(백진희 분)과의 화해까지의 이야기 안에 답답한 전개를 넣었다. 사월이는 득예에게 여전히 아줌마라고 부르며 친엄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빈털터리로 쫓겨난 만후의 가족을 돌보고 있다. 또한 득예의 완벽한 복수를 가로막는 만후의 방패막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지난 13일 방송된 46회는 만후가 사월이와 자신의 아들인 강찬빈(윤현민 분)을 결혼시켜서 다시 보금그룹을 찾으려는 계략을 꾸미는 47회의 이야기가 예고됐다. 사월이의 존재가 시청자들이 바라는 만후의 처절한 몰락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사월이가 득예가 아닌 만후 가족의 편에 서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기가 차게 만들었다. 득예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사월이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사람을 그토록 많이 죽게 만들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만후를 감싸는 행동은 그동안 사월이가 만후에게 품고 있었던 분노를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나치게 착해 아량이 넓은 인물이라고 해도 상식선에서도 수긍이 되지 않기에 결국 사월이는 시청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 대신에 갈등 요소를 강조하고, 튀는 캐릭터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조는 김순옥 작가가 그동안의 작품에서 걸어왔던 길. ‘내딸 금사월’의 바로 직전 전작이자 초반부터 붕어빵 이야기 전개라는 평을 들었던 ‘왔다 장보리’의 오연서가 연기했던 장보리도 금사월만큼이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인물이었다. 연민정(이유리 분)에게 매번 당하는 것은 둘째 치고 도무지 학습 효과가 없이 지나치게 착해서 답답한 보리는 지금의 어느 순간 악역만큼 욕을 먹는 사월이와 똑닮았다.
보통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위해 악역들이 날뛰고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되기 마련인데, 김순옥 작가는 선한 인물의 답답한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일보다는 악한 인물의 센 이야기를 더욱 세게 만드는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덕분에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선한 인물들보다 어이없는 계략을 꾸미는 악한 인물들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매번 당하기만 하는 선한 인물들이 어느 순간 악역보다 더 밉상이 되는 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김순옥 작가를 세상에 알린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장서희가 점 하나 찍었다는 이유로 새로운 인물로 모두를 속이며 파장이 일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이 작품이 당시에는 정말 어이 없는 전개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점찍기는 얌전한 막장 전개였다. 선한 인물인 줄 알았던 캔디가 밉상이 되고, 악한 인물이 어떻게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발악하는 일이 노력으로 왜곡되는 일이 김순옥 작가의 막장 드라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내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