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갓수현’이었다. 방영 전부터 특유의 찰진 대사와 공감대를 부르는 스토리로 막장이 판치는 드라마국의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래 그런거야’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화제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그 낮은 시청률마저 제목처럼 ‘그래, 그런거야’ 하며 초연하게 넘길 수 있는 건 단연 김수현 작가 덕분이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SBS 새 주말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 줄 정통 가족 드라마로, 3대에 걸친 대가족 속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린다.
막장 아닌 가족극, 그것도 김수현이라는 인증 마크가 붙은 힐링물이라는 점은 ‘그래 그런거야’를 믿고 보도록 만들었지만 워낙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는 동시간대 최강자 MBC ‘엄마’의 벽을 단번에 넘기에는 무리였다. 첫 회 방송분이 전국 기준 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 3사 중 꼴찌를 차지한 것.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보다는 믿음에 가깝다. 김수현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시청률에 대한 걱정이 사그라지게 만드는 것. 실제로 김수현의 작품은 몰아치는 전개보다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을 택해 강한 뒷심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야기에 맞춰 드러나는 생동감 넘치는 각 캐릭터들의 성격 역시 보는 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대중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발연기’ 배우가 없다는 점 역시 믿음을 준다. 김수현 작가는 대본리딩에 직접 참석해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까지 하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앞서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더 비기닝’에서는 젊은 배우들은 물론, 이순재와 같은 원로 배우들에게도 억양과 발음을 디렉팅하는 꼼꼼함으로 놀라움을 자아낸 바 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꼼꼼함은 작품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좀 더 몰입할 수 있게끔 도왔다.
이날 베일을 벗은 첫 회 역시 마찬가지. 자극적인 소재 없이 따뜻하고 유쾌한 전개부터 그야말로 극중 캐릭터 그 자체인 듯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까지, 김수현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하나의 온전한 세계가 그려졌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거창한 수식어만큼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들 역시 김수현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덕분에 시청률 꼴찌라는 금세 잊혀졌다. 이제 겨우 첫방을 시작한 만큼 기존에 방영되던 드라마들의 시청층이 움직이기에 무리가 있을뿐더러, 첫방 이후 시작되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다음의 기세가 무섭기 때문. 시청률 걱정일랑 일단 접어두고 김수현이라는 마법사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따뜻한 세계에 빠져보자.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제공 및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