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성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조성하는 OCN 드라마 ‘동네의 영웅’(연출 곽정한, 극본 김관후, 제작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에서 스스로를 ‘생계형 경찰’이라고 부르는 형사 임태호(조성하 분) 로 분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양심을 지켜야 하는 형사 임태호. 웃음 뒤 가볍지 않은 책임감을 표현해야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임태호’이다.
조성하는 능청과 진지함을 오가는 폭 넓은 연기로 입체적인 캐릭터 ‘임태호’를 완벽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임태호가 ‘그림자’가 찾는 일과 깊게 엮일수록 조성하의 입체적인 연기는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2월 13일 방송된 ‘동네의 영웅’ 5회에서는 임태호의 처절한 고민과, 이를 오롯이 담아낸 배우 조성하의 열연이 돋보였다.
임태호는 아침부터 삼남매, 아내와 투닥거렸다. 사춘기에 접어든 후 대면대면해진 큰 딸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며 장난스럽게라도 대화를 이어가려는 모습은 우리네 아버지와 비슷했다. 이후에도 임태호는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거나, 아내 대신 청소기를 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어딘지 서글펐다.
애써 힘을 내고 밖으로 나섰지만 경찰 임태호의 상황도 여의치는 않았다. 과거에 양심에 따라 풀어줬던 소년가장 고등학생은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서장을 비롯한 임태호의 경찰 상사들도 권력과 뇌물에 취해 중요한 수사는 뒤로 미뤄두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임태호는 일주일에 300만원을 주는 선배 때문에 중요한 증거를 인멸하는 일까지 해야 했다.
임태호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 슬픔에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사망자 서준석(강남길 분)의 납골당을 찾아가 “권력의 앞잡이가 된 것 같고.. 나는 경찰 자격도 없다”며 외쳐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가장의 책임감과 경찰의 양심 사이에서 처절하게 고민하는 임태호의 복잡한 마음이 오롯이 드러난 장면이다.
이날 조성하는 유쾌한 웃음 뒤에 다양한 감정을 녹여냈다. 사춘기 딸과 친해지고 싶은 아빠도 됐다가, 아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남편도 됐다. 어린 아들, 딸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아버지이기도 했고, 돈 때문에 양심을 버리는 경찰이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버린 양심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찰이었다. 사람 좋은 웃음 뒤에 이토록 입체적인 캐릭터의 면모를 담아낸 것이다.
그 동안 ‘동네의 영웅’ 속 조성하의 연기는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웠다.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은 물론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들었기 때문. 제대로 빛난 조성하의 열연이 향후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동네의 영웅’은 생활 밀착형 첩보 드라마로 임무수행 중 억울하게 목숨 잃은 후배를 위해 비밀을 파헤치며 복수를 준비하는 전직 비밀요원과 취업 준비생, 생계형 경찰이 작은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이다. 매주 토, 일요일 밤 11시 OCN과 UXN에서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사진] '동네의 영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