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퀄리티로 매회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tvN 드라마 '시그널'이 이제 중반부를 넘어섰다. 드라마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다는 '타임워프'라는 소재를 그 어떤 이질감도 없이 시청자에게 완벽하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 '시그널'은 이제 속을 시원하게 해줄 후반부 전개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
옴니버스 형식인 만큼 몇몇의 굵직한 사건을 더 해결해 나가겠지만, 이와 함께 차수현(김혜수)과 박해영(이제훈)이 과거 총에 맞고 '실종' 처리된 이재한(조진웅)을 구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 또한 '악의 축' 김범주(장현성)가 어떤 식으로 응징 당하게 될지가 시청자들의 기대 포인트다.
지난 13일 방송된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 8회에서는 김범주 세력의 균열이 조심스럽게 드러났다. 바로 그의 심복처럼 따르며 과거 이재한에게 총을 쐈던 안치수(정해균)가 심정 동요를 일으킨 것.
이날 안치수는 한세규(이동하)를 체포한 장기미제전담팀을 막지못했다는 이유로 김범주에게 굴욕적인 폭행을 당했다. 이후 박해영의 수상한 점을 묻는 김범주에게는 '이재한의 무전기를 박해영이 버렸다'는 점을 보고하지 않았다. 앞서 조금씩이나마 감지됐던 그의 변화가 좀 더 명확하게 그려진 순간이었다.
"과거는 바뀔 수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던 이재한의 마지막 무전. 그리고 그를 향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던 안치수. 현재의 안치수는 당시의 무전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책상 속에 넣어둔 상태. 방송 말미, 또 다시 시작된 무전에 박해영이 안치수의 서랍 속 무전기를 다시 발견했고, 이 두 사람은 마주했다.
만약, 안치수가 박해영과 차수현의 편에 서게 된다면 화끈한 '카운터'가 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과거 이재한에게 총을 쏜 것에 대한 후회를 돌이킬 수 있다는 것을 안치수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혹시 과거와의 무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말이다. 과거의 안치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안치수다. 지금의 후회를 과거의 자신에게 전달한다면,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 이는 생각해볼 법한 전개다.
어찌됐든 모두가 기대하는 건 아마도 이재한의 무사 귀환이 아닐까. 여기에 덤으로 차수현과의 러브스토리도. 하나 더 있다. 과거에 저지른 악행으로 현실에서 높은 지위에 오른 김범주가 파국을 맞이하는 것.
이는 앞서 tvN이 선보였던 또 다른 타임워프 드라마 '나인'을 통해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도 높다. 당시 '악의 축'이었던 최진철(정동환)은 과거가 변화게 됨에 따라 현재의 신분이 병원 그룹 회장에서 초라한 몰골의 의료기 판매업자로 전락했다. 또한 아들의 존재를 알고 만나러 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참혹한 결말을 맞았던 터.
과거를 변화시킬 때마다 현재에 영향을 주는 드라마 '시그널'의 구조를 고려했을 대, 김범주 역시도 현재에서 누리던 지위 자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하고, 한없이 비참한 생활을 떠안는 것도 가능하다. '시그널'이 주인공들을 통해 이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고 있는 만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결말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 gato@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