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7개월이라는 시간을 달려온 결말은 씁쓸했다. 마지막 회에 그간 풀었던 모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풀어야했던 탓일까.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소재였던 고두심의 죽음은 1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그려진 것이 전부였고, 이는 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특히 자녀들과 갈등하던 부모가 투병 중임을 알고 뒤늦게 화해한 끝에 결국 세상을 뜬다는 KBS 2TV ‘부탁해요 엄마’의 설정은 바로 전작인 ‘가족끼리 왜이래’와 거의 흡사해 눈길을 끌었다.
‘가족끼리 왜이래’의 유동근 역시 김현주, 윤박과 소송을 벌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화해했기 때문. 두 작품의 유사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두심과 유동근이 죽기 바로 전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각각 ‘봄날은 간다’, ‘길 위에서’를 부르며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이들이 세상을 뜨고 1년 후 가족들은 아이를 낳고 그의 빈자리를 떠올리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놀라우리만치 일치했다. ‘부탁해요 엄마’가 ‘가족끼리 왜이래’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닌, 시즌2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6개월을 선고받았던 고두심의 죽음이 충분한 설명 없이 불친절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가족들을 안심시켰던 고두심은 여행을 앞두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런 그를 발견한 것은 남편인 김갑수 뿐이었다. 다른 가족들이 슬퍼하거나 눈물 흘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불과 1년이라는 시간 만에 엄마 고두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하하 호호 행복하게 지내는 가족들의 모습은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몰입을 방해했다. ‘부모의 사랑은 내리 사랑’을 실천하려는 듯 혼령으로라도 이들 앞에 나타나 반찬을 가져다주는 모습은 엄마의 모성애를 억지로 강조하는 듯한 불편함을 안기기도.
‘가족끼리 왜이래’와 비슷한 전개를 그렸음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똑같은 이야기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가족끼리 왜이래’와 달리, ‘부탁해요 엄마’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에 급급한 전개와 캐릭터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분노를 자아냈기 때문.
다소 허술한 마무리에도 끝까지 열연을 펼쳤던 배우들의 모습은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같은 가족극이라고 해도 좀 더 다양한 소재와 억지 감동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배우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고,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