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진은 깊은 눈매와 오뚝한 코, 이국적인 외모를 자랑하며 걸그룹 시절의 꽃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았음에도 펑퍼짐한 엄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표정에서 도도함이 묻어났지만 딸 얘기를 할 때는 함박웃음을 짓는 영락없는 엄마였다.
유진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SES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 덕분에 누린 게 많다. 요즘엔 (SES가)너무 오래돼서 잊혀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4월 딸 로희를 낳자마자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KBS2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유진은 출산 후 드라마 복귀에 대해 “사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촬영 현장이 참 좋았다. 연기가 좋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 복귀가 예상보다는 빨랐지만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했다. 처음에는 무릎이 아파서 항상 운동화를 가지고 대기했다. 아직도 계단을 올라갈 때 관절이 아픈 것은 있다”고 말했다.
유진은 ‘부탁해요 엄마’ 출연 제안을 받고 “못한다고 거절했다”고 했다. 감독님과 인연도 있고 해서 시놉을 봤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한다고 했다. 단 남편이 아이를 보는 조건으로 하게 됐다. 다행히도 주말극이라 밤샘 촬영은 없었기에 결정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20년 가까이 연예계 활동을 했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다 “남편과 저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연예인이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잘하고 있어도 끝까지 잘 될지 모른다. 그래서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을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했다.”
지난 1997년 데뷔한 SES는 1집 앨범 ‘I'm Your Girl’을 발표하자마자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빼어난 미모와 깜찍한 동작으로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SES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SES가 2002년 활동을 접을 때까지 핑클과 함께 ‘가요계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자타공인 국민 걸그룹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공식 해체 이후 바다 슈 유진은 각자 자신의 길을 걸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가창력이 뛰어났던 바다는 여전히 가수 활동을 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 잡았다. 슈는 농구선수 출신 임효성과 결혼해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엔 자신을 꼭 빼닮은 쌍둥이 라희 라율, 아들 유와 SBS 예능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진은 해체 후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배우의 길을 걷기로 했다. “가수 데뷔 때부터 연기할 생각은 있었다. 외국에 살면서 한국 드라마를 많이 챙겨봤다. 그 시절 ‘느낌’ ‘엄마의 바다’ 등 정말 많은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를 하고 싶었고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다”고 털어놨다.
2002년 드라마 ‘러빙 유’를 시작으로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004), ‘진짜 진짜 좋아해’(2006), ‘제빵와 김탁구’(2010), ‘백년의 유산’(2013),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2014)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아왔다. 이제는 국민 요정으로 활동한 기간보다 배우로서 살아온 기간이 더 길다. 또 ‘겟잇뷰티’를 여성들에게 뷰티 멘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 계단씩 밟고 올라온 그녀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연기로 표현해내고 있.
“엄마가 된 후 몰랐던 감정을 느끼게 돼서 연기하는 게 더 편해진 면은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거니까 엄마의 감정을 알았다고 할까? 예전에는 상상을 통해서 한 연기라면, 이제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최근 복고 열풍이 불면서 1세대 아이돌 그룹에 대한 활동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4년 12월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토토가’가 불을 지폈는데 당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SES는 ‘아임 유어 걸’과 ‘너를 사랑해’를 선보이며 1998년의 무대를 재현했다. 임신 중인 유진 대신 오른 서현은 높은 싱크로율로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완벽한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떼창을 이끌어냈다.
유진은 “SES 활동은 무리고 셋이서 같이 모여서 음원 정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준비 없이 내면 안 될 것 같다. 한다면 철저한 준비를 한 뒤에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열린다면 ‘토토가’에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