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중에 흙수저다. 이래도 저래도 위기는 계속해 닥쳐온다. 신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없는 것은 약과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연구를 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방해 뿐이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되는 KBS 1TV 주말드라마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 연출 김영조)에서는 관직을 받고 난 후에도 여전히 사대부 및 양반들의 괄시를 받는 장영실(송일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장영실은 소현옹주(박선영 분)와의 관계가 소문이 나 양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양반들은 선공감에서 일을 하는 장영실에게 찾아와 "네 근본이 노비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횡포를 부렸다. 또 이들은 "네놈이 감히 왕실의 옹주를 꾀어내 부마가 될 꿈을 꾸다니?"라고 말하며 노비 출신인 장영실이 옹주와 연을 맺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상황은 소현옹주 쪽도 좋지 않았다. 그는 집안에 감금돼 꼼짝할 수 없었고, 종친들은 빨리 재가를 시켜야 한다며 세종(김상경 분)에게 우르르 몰려 가 요청했다.
다행히 세종은 장영실과 소현옹주의 편이었다. 누이의 집을 찾은 그는 "재가를 하지 말라. 그것이 나의 뜻이다"라며 "누이와 영실이를 혼인시키지는 못 한다. 미안하다. 언젠가 두 사람을 맺어줄 때까지 이 고통스런 순간을 견뎌내 주겠느냐"고 부탁했다. 결국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지만, 당분간 장영실과 소현옹주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없어 더 애틋하기만 했다.
세종과 이천(김도현 분), 황희(정한용 분) 등의 지원을 받아 몰래 진행되고 있는 역법 연구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재 장영실은 명나라의 기준에 맞춘 월식추보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자신만의 계산식을 고안한 상황.
하지만 명나라의 압박을 느낀 하윤(손병호 분)은 장영실 등의 역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찾아와 "역법과 나라를 맞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종용했다. 장영실도 이에 지지 않고 "우리가 하는 일도 백성을 위한 일이라는 것도 헤아려 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거듭했다.
결국 하윤은 장희제(이지훈 분)를 이용해 장영실의 연구를 방해하기로 했다. 방송 말미 장희제는 장영실과 동료들이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관측소 앞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처럼 장영실의 일과 사랑은 역경을 걷고 있다. 백성들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에 적절한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다. 시기에 가득한 양반들은 괄시와 비난을 퍼붓기 일쑤고, 함께 나라를 위한다는 재상도 "성리학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만 할 뿐, 역법이라는 실용적인 학문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장영실은 세종대왕과 함께 빛나는 업적을 이뤄냈다. 과연 그의 업적이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본격적으로 그려지게 될지 기대감을 모은다.
한편 '장영실'은 유교만이 세계의 질서로 여겨지던 시대에 천출로 태어나 평생을 노비로 살 뻔했으나, 궁에 들어가 15세기 조선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를 만들어 내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장영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