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복귀를 알린 유진이 KBS2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36.9%(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안방극장을 떠난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없을 앙숙 모녀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의 애증을 그린 가족극이다. 유진은 단아한 미녀지만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일 앞에서는 진흙탕도 마다않고 첨벙첨벙 뛰어들어 사태를 수습하는 대범한 이진애를 연기했다.
종영을 앞둔 지난 2일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유진을 만나 그간의 심경을 들어봤다.
-오늘 촬영은 없나.
“네. 인터뷰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요. 어제 촬영 내내 울어서 눈이 부었어요. 메이크업으로 잘 가렸죠.(웃음)”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54회 동안 긴 여정이었어요. 가족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라면 힘들어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여전히 걸그룹 시절 외모다. 관리는 어떻게 하나.
“사실 요즘 피부과 한 번 못 갔고, 운동도 안하고 있어요. 쉴 때는 무조건 아이와 같이 있죠. 관리와는 거리가 멀어요. 시상식 때도 팬들이 살 빼라고 하더라고요. 드라마 촬영 이후 3kg 정도 뺐고 지금은 2kg정도 더 빠졌어요.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 좀 남았죠.”
-출산 후 두 달도 안 돼서 드라마로 복귀를 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두 달도 안됐는데 감독님께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에 못하겠다고 했는데 시놉을 보니 내용이 좋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사실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안했거든요. 촬영 현장은 늘 좋아요. 행복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상보다는 복귀가 빨랐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했다.”
-촬영 동안 컨디션은 좋았나.
“처음에 무릎이 너무 아팠어요. 항상 운동화를 가지고 대기했었죠. 아직까진 계단을 올라갈 때 관절이 아픈 것은 있어요.”
-전국 시청률이 36.9%를 돌파했다.
“글쎄요. 이렇게까지 잘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못 했죠.(웃음) 감사해요.”
-고두심과의 모녀 호흡은 어땠나.
“배울 점이 많아서 정말 좋았죠. 선생님의 연기에는 연륜이 묻어나요. 진심이 가득하죠. 테크닉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선생님은 진심으로 연기하세요. 선생님이 기태영 씨와 제가 부부인줄 모르셨는데 제게 ‘바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실제 남편과 극중 남편 강훈재를 비교하자면.
“다르죠. 훈재는 눈치가 없어요. 마냥 해맑아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면 오빠는 눈치가 백단이에요. 저한테는 말로 표현을 잘하고 집안일도 정말 잘해요.”
-밖에서 일하면 로희가 눈에 밟히겠다.
“어제도 하루 종일 못 봤어요. 외모는 아빠를 닮았는데 성격은 두고 봐야할 것 같아요.”
-임신했을 때 입덧이 있었나.
“심했어요. 입덧과 조산기, 무기력증 때문에 집에만 있었거든요.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아무 냄새도 못 맡았었죠. 전체적으로 예민했어요. 초기엔 산후우울증도 있었고요. 근데 낳고 보니까 다 잊어버렸네요. 또 낳고 싶어요.”
-엄마가 된 후 심경이 어떤가.
“몰랐던 감정을 알아서 연기하는 게 더 편해진 면은 있어요. 예전에는 상상을 통해서 한 연기라면 이제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기예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
“사실 드라마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어요. 아기를 낳기 전에는 남편과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었는데 낳고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아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당연히 해야지’라고 하시더라고요. 로희를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슈에게 육아 도움을 받았나.
“육아에 대한 공유는 못했어요. 만나서 배울 점은 많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라희, 라율이와 류는 많이 컸잖아요. 로희와 나이대가 비슷했다면 받았을 텐데. 많은 분들이 ‘오 마이 베이비’와 같은 육아 예능이라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그런 생각을 안했어요.”
-48시간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데 자신있나.
“그 시간은 휴가죠. 조금만 지나면 48시간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로희가 굉장히 잘 먹더라.
“생후 9개월 되기 전부터 10kg정도 됐어요.(웃음) 거부하는 음식은 아직까지 없고 약도 잘 먹어요. 감기에 자주 걸리긴 하는데 확실히 집에만 있는 것보다 외출이 잦으니 감기에 잘 걸리는 것 같아요.”
-‘슈퍼맨’ 촬영 후 변화가 있나.
“아직 촬영을 몇 번 안했어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로희를 돌보지 못했는데 아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걸 보고 엄청 울었죠. 시간이 지나니까 엄마를 알아보더라고요. 쉬는 날에는 아기를 돌보긴 했지만 그래도 아빠가 보는 시간이 많았죠.”
-기태영은 아이를 더 낳을 계획이라던데.
“아이들을 좋아해서 적어도 셋까지 낳아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한 명은 더 생각하고 있어요.”
-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시선도 있다.
“SES가 있었으니 제가 있는 거죠. 가수 활동 덕분에 제가 누린 게 많아요. 감사하죠.”
-아이돌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가 활동할 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요즘엔 데뷔 전부터 노래와 연기를 다 연습시키는 것 같아요. ‘괜찮아 사랑이야’에 나온 도경수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엑소라는 그룹은 알았지만 그 멤버인줄은 몰랐거든요.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요즘 1세대 아이돌들의 활동 소식이 들리는데 SES는 재결합 가능성이 있나.
“활동은 무리고 같이 모여서 음원 정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냥 내기는 좀 그렇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기회가 있다면 ‘토토가’에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많죠. 가족극 말고 색깔이 있는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껏 안 해봤던 신선한 인물을 맡아보고 싶어요.”
-차기작은 생각 중인가.
“아직까지는 안보고 있어요. 한동안은 아기를 돌볼 생각이에요. 이젠 오빠가 일을 해야죠.(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