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들이 총집결했다. '스타 작가' 김수현의 진두지휘 아래 합이 잘 짜여진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가 단 2회 방송 만에 3대에 걸친 대규모 가족 구성원 캐릭터를 차곡차곡 성실하게도 풀어냈다.
지난 14일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2회는 첫 회에 이어 수많은 가족 구성원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곳곳에서 전개됐다. 나열된 에피소드에서 시청자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유민호(노주현 분)와 유경호(송승환) 형제의 모습이었다.
유민호는 앞서 과부 며느리 지선(서지혜)와 5년이나 한집에서 사는 모습으로 인해 입에 담기 힘든 소문을 들었던 터. 이를 숙경(양희경)이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는 장소에서 끄집어 내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유경호가 나서 형을 변호하고 나섰고, 그런 이야기를 꺼낸 동갑내기 이모 숙경을 힐난했다. "이모가 쿠(구)린내의 진원지"라고 강하게 쏘아붙이는가 하면, 해당 소문을 입에 담은 이들을 싸잡아 "잡놈년들"이라고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만하라"며 이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민호도 술에 취해 결국 폭발했다. 그는 "이모가 쓰레기다"고 버럭하더니, 주변에 침을 뱉었다. 민호 특유의 주사로 보이는 이 '침뱉기'는 이후에도 계속됐고, 심지어 아버지 유종철(이순재)와 어머니 김숙자(강부자)가 있는 방의 이불에까지 침을 뱉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는 아내와 아들을 한 번에 잃어버린 그의 처량한 처지와 겹쳐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한밤중 소동 끝에, 술에서 깬 민호는 국을 먹고 가라고 권하던 혜경(김해숙)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에 들어가 며느리가 준비한 콩나물국을 맛있게 들이켰다.
술에 취해 분노를 조절 못하고 폭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젠틀하고 상냥해진 민호는 며느리 지선이 "망나니, 떼쟁이, 8대독자도 어린이도 아니고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고 지적하고 "침 뱉으셨다는건 안주를 제대로 안 먹고 술만 들이부었다는 거니깐, 밥을 조금 말아드시라. 주무시기 전에 처절하게 반성하라"는 말에는 "아까부터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웃을 뿐이었다. 이후에도 며느리를 위하는 모습은 각별했고, 함께 할 때는 입이 귀에 걸렸다.
이날 형 민호를 변론하던 경호 역시도 정이 가는 인물은 아니어 보였다. 모두 앞에서 아내 하명란(정재순)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모습이 그랬고, 이후 집에서 쓰레기통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발로 차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그러했다.
민호는 아내가 자신의 고함에도 반응하지 않자 더욱 분노했다. 이에 딸 소희(신소율)가 "내가 그랬다. 아빠가 화를 낼 때 엄마한테 죽은 사람처럼 있으라고 했다. 반응하면 아빠가 펄쩍펄쩍, 난리난리 피우니깐 말이다"고 나서며 속상해했다. 아버지 민호가 계속해서 화를 내자 "메스껍다"며 자리를 떴다.
이후 민호는 숙경, 재호(홍요섭), 태희(임예진)을 대하는 모습에서 점잖은 모습과 분노하는 모습이 차례로 엇갈려 보는 이를 당황케 했다. '자신감과 의지가 강해서 모든 일에 자신이 옳다', '결벽증이 있다'는 캐릭터 설정을 송승환이 너무도 잘 표현해 낸 것.
이렇듯 노주현, 송승환은 물론 '그래 그런거야'에 출연하는 전 배우들은 김수현 작가가 만들어 낸 세상에서 딱 원하는 듯한 배역에 맞춤형처럼 자리잡았다. 드라마 속이 아닌 실제로 있는 듯한 인물로 되살아난 것. 이는 모두 배우들의 내공 가득한 연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2016년,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3대가 한데 모여사는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그래 그런거야'가 배우들의 연기 내공과 김수현 작가의 대본과 결합해 앞으로 60부작 동안 어떤 식으로 펼쳐내고, 시청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궁금하다. / gato@osen.co.kr
[사진] '그래 그런거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