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좋아해줘'(박현진 감독)는 배우 유아인의 첫 로맨스 영화다. TV 드라마에서는 그토록 많은 여인들을 사랑하고 울렸던 남자주인공이었지만, 영화 속 유아인은 보다 어리고, 생각이 많았다. 한 때, 사랑이란 감정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사이코패스 난봉꾼('베테랑' 속 조태오)이기도 했던 그가 아닌가.
영화 '좋아해줘'는 SNS를 통해 연결된 여섯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 여섯명인 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해 로맨스를 펼친다. 유아인은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우주대스타 진우(유아인 분) 역을 맡아 까마득한 선배 이미연과 호흡을 맞춘다.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첫 로맨스의 상대가 15살 연상 이미연이라는 점이 재밌다. 유아인은 연상 배우들과의 작품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준 경우가 많았는데,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6살 연상인 김태희와, JTBC '밀회'에서는 19살 연상인 김희애와 로맨스 연기를 보여줬었다.
화려한 전적(?)을 볼 때 그의 파트너가 15살 연상 이미연인 것은 자연스럽다. 동년배 여배우들과도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그는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클 뿐 아니라 순수한 눈빛이나 위태로운 느낌을 주는 분위기 같은 것들이 연상의 여배우와 로맨스를 그리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 유아인은 지난 로맨스들 보다 한층 가볍고 귀여워졌다.
그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서 역할 자체가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는데, 이는 진우가 인기 절정의 한류 스타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진우는 시종일관 빈틈이 넘친다. 일명 연예인병이라고 부르는 자아도취에 푹 빠져있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돌변해 들이댄다. 이는 주로 멋지거나 무서운 유아인만을 봐왔던 관객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실제로 유아인과 이미연은 촬영 내내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배우들이 어려워하는 배우 선배 이미연이지만, 유아인 만큼은 겁을 내지 않고 장난을 치는 등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유아인은 데뷔 때부터 이상형으로 꼽았었던 이미연에 대해 "이미연 선배에게는 철부지 어린애처럼 들이댄다. 극중 상황이 그렇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까불고 치대게 되더라. 좋았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또 이미연의 첫 인상을 "굉장히 예쁘고 세다"고 표현하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두 배우 사이의 이 같은 친근함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몇몇 관객은 까칠한 작가 경아(이미연 분) 앞에서 한없이 귀여워 지는 우진의 모습이 실제 유아인의 모습이라고 착각할 지 모를 정도다. 무거운 고민을 덜어내고 한층 가벼워진 유아인이 보여주는 스크린 첫 로맨스에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가득하다. /eujenej@osen.co.kr
[사진] '좋아해줘'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