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2015년 대상 수상자다운 연기였다. ‘가족끼리 왜이래2’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여러 번 본 듯한 전개와 캐릭터들의 답답한 행동은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극을 이끈 고두심의 연기만큼은 흠 잡을 데 없었다. 역시 '국민엄마'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하드캐리'였다.
고두심은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에서 속정은 따뜻하나, 그것을 주로 사나운 방식으로 표출하는 터프한 엄마 산옥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간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국민엄마’라는 수식어를 얻어낸 그였지만, 이번 역할은 아들, 딸과의 갈등을 그린다는 점에서 특히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특히 산옥이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에게 대못을 박는 말들만 했던 아들 형규(오민석 분)와의 갈등은 고두심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세 자녀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형규가 혜주(손여은 분)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독설을 하자 “허락 안 하면 내 새끼가 상하게 생겼는데, 내 새끼가 영영 날 미워하게 생겼는데. 난 그게 제일 무섭거든. 너한테 미움 받는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특히나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 역시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이날 방송에서 산옥은 남편 동출(김갑수 분)과 리마인드 웨딩을 마친 후 들뜬 기분으로 여행 준비에 나선 가족들을 보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직감한 것.
결국 산옥은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고, 동출이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오열했다. 그가 세상을 뜬 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산옥은 여전히 가족의 곁에 있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생전처럼 반찬을 챙겨주는 모습은 우리네 엄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비록 ‘부탁해요 엄마’의 결말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고두심의 연기는 남았다. 자녀들과의 갈등, 남편의 바람기 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놓인 산옥을 진정성 있고 애잔하게 그려낸 고두심의 힘이 작품을 완성시킨 것이다.
다시 한 번 엄마라는 이름을 되새기게 만든 고두심의 연기는 왜 그가 2015 대상 수상자였는지를 증명했다. 뻔한 스토리도 뻔하지 않게 만드는 그의 존재를 그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 jsy901104@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