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임이 분명한데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할배파탈’이라는 별명이 괜한 것이 아닌 듯,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왠지 모르게 안타깝고 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이를 연기하는 배우 정진영의 힘일까.
15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 38회에서는 형우(주상욱 분)와 은수(최강희 분)의 밀회 장면을 목격한 석현(정진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직 은수만을 생각하던 그의 절망한 표정에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이 향했다.
이날 은수는 형우 대신 석현이 쳐놓은 덫에 걸렸다. 석현은 “총리님이 오라고 했지 않냐. 연락 받고 와서 들어와 보니 문이 닫혀서 갇혔다. 휴대폰 통화도 안 돼서 답답했다”라고 거짓말하는 은수를 보며 “자네 형우 만났지. 자네가 형우 빼돌렸지”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의 의심을 거둔 것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영애(나영희 분)가 과거 은수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모든 것을 뒤집어쓴 것. 그의 뜻을 알아 챈 은수 역시 영애를 향해 “어떻게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냐. 당신이 내 뒤통수를 친 게 한 두 번이냐”라고 미리 짜놓은 답변을 늘어놨다.
두 사람의 공작에 완벽하게 속은 석현은 은수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자네한테 그런 건 열등감 때문이었다. 난 시들어가는 나무고 형우는 푸른 나무다. 그런 형우가 자네 좋아하는 게 미치도록 싫었다”라고 속마음을 드러낸 석현은 “더군다나 나한테 칼을 겨누는 자 아닌가. 내가 속이 좁은 사람 나이가 들수록 사람 마음이 커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자네 이용한 거 정말 미안하다. 형우가 나보다 더 커보여서 그랬다”라며 진심을 꺼냈지만, 그를 떠나겠다는 은수의 태도는 완강했다.
석현의 ‘짠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석현이 병실에서 애틋한 키스를 나누는 은수와 형우를 목격한 것. 시간이 멈춘 듯 숨 막히는 긴장감도 잠시,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석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이제 서로 속일 필요 없지 않냐. 나는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사랑한 적 없다”라고 말하는 은수의 대사가 석현을 더욱 처절하게 만들었다.
석현이 한 일만 놓고 보자면 부정할 수 없는 악역이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철저하게 배신당하는 그의 모습은 역시 측은지심을 자아냈다. 지긋한 나이에도 은수를 향한 마음만큼은 첫 사랑에 설레는 수줍은 소년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 하지만 석현의 외사랑은 끝까지 보상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점점 극으로 치닫는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앞으로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화려한 유혹’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로 매주 월화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