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도 정형돈이지만, 안정환도 기대 이상이었다. 김성주와 주고받는 편안한 호흡, 특유의 까칠한 매력과 재치 있는 입담. '냉장고를 부탁해'에 딱 어울리는 '10년 6개월'의 MC였다.
안정환은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정식 MC로 합류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기를 가지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 정형돈을 대신하는 자리였다.
정형돈의 하치시기에 프로그램이 워낙 잘되고 있었고, 특히 정형돈과 김성주 콤비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부담스러웠을 자리. 하지만 안정환은 물 오른 '안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도도한 입담이 웃음을 이끌어냈고, 게스트몰이에도 탁월했다. 정형돈과는 다른 매력으로 김성주와 호흡하며 제작진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날 안정환은 시작부터 '버럭'했다. 정식 MC 합류로 미스코리아 망토를 두르고, 왕관까지 쓰고 등장한 그다. 과도한 설정에 안정환은 스스로 "여기가 무슨 뽀뽀뽀야?"라고 말하면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웃음을 줬다. 특유의 까칠하고 도도한 말투가 거침없이 쏟아지며 웃음을 이끌어낸 것.
게스트 몰이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안정환은 게스트 최지우의 냉장고를 공개하면서 술에 대해 하나씩 파헤쳤다. 최지우의 냉장고에서 맥주와 와인, 그리고 숙취 해소에 좋은 음료까지 나오자 "고주망태"라며 놀려댔고, 모든 음식을 안주라고 말하면서 최지우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게스트도 기분 상하지 않고, 시청자가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절하게 '밀당'을 해낸 안정환이다.
물론 김성주와의 호흡도 좋았다. 안정환과 김성주는 그동안 축구 중계도 함께 해왔고,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 시즌2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워낙 오래 호흡하고 알고 지냈던 두 사람이기에 '냉장고'에서도 날아다녔다.
안정환은 게스트 토크 중에 나온 사소한 말도 놓치지 않았고, 냉장고를 공개하면, 또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틈틈이 치고 들어왔다. 특히 맛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셰프들이 열심히 만든 요리를 시식하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다. 이 조금은 도도해 보이는 까칠함이야말로 MC 안정환의 매력이었다. 고정 MC 합류 첫 회부터 적임자임을 입증한 안정환. 앞으로 김성주와 보여줄 예능인 안정환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진이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seon@osen.co.kr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