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재편됐다. 힘을 합쳐 조선을 건국했던 이들중 일부는 그의 적으로 돌아섰고, 적이었던 일부는 오히려 아군이 됐다.
당초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현, 연출 신경수)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주축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
드라마 초중반 조선 건국 과정까지 여섯 용들의 이야기에 무게가 사이좋게 나뉘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세번째 용' 태종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역사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게 될 전망이다.
유자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정몽주(김의성)마저 가차없이 죽이고 조선 건국에 공을 세웠던 이방원은, 정도전(김명민)의 계략 속에 철저하게 권력에서 밀려나자 결국 그와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정도전을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은 비밀조직 '무명'이 만들었다. 의안대군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만들어 형들인 방과(서동원), 방간(강신효)과 정도전을 적대시하는 연합을 자연스럽게 결성하도록 한 것. 이렇게 되면 결국 아버지인 이성계와도 맞서는 형국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도전의 호위무사인 이방지(변요한), 이방원의 호위무사인 무휼(윤균상)은 두 세력이 나뉘는 모습에 고민에 빠졌다. 또한 분이 역시 이 같은 분열에 안타까워했고, "내 편이 되어 달라"는 이방원의 모습에 힘겨워했다.
초중반 이방원의 성장 스토리에 무게를 실었던 탓인지, 배우 유아인의 연기가 물이 올랐기 때문인지, 현재 '육룡이 나르샤'는 확실히 이방원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는 상태다.
이방원을 배척한 '정도전'이나 이를 방관한 '이성계'가 자칫 악역으로 보인다거나, 이방원의 명령에도 화사단 일원을 쉽게 죽이지 못한 채 머뭇거리던 '무휼'과 확실히 편에 서지 않는 분이(신세경)이 그저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것은 이러한 이유다. 이방원과 손 잡은 '무명'이 이전과 달리 사악한 집단이라는 생각되지도 않는다.
앞으로 이방원은 '킬방원'이라 불리게 될 정도로 더욱 많은 살육을 하게 될 예정. 둘째, 넷째 형들과 함께 '왕자의 난'을 일으킬테고, 정도전을 치운 후에는 이들 형들에게도 재차 칼을 겨누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게 되는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이 잔혹하다기 보다는 역사 속 '영웅 스토리'로 느껴진다.
이쯤되면 이를 '유아인 외전'이나 '이방원 나르샤' 쯤으로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 않을까. / gat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