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경이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치즈인더트랩’에서 망나니 스토커 지윤호를 때려잡으며 그야말로 사이다를 한사발 들이킨 듯한 시청자들에게 속시원한 장면을 선물했다. 초반에는 분명히 밉상 캐릭터였지만, 어느 순간 ‘내 언니 하고 싶은’ 매력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이성경은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유정(박해진 분)의 재력에 기대서 사는 욕심 많은 친구 백인하(이성경 분)를 연기하고 있다. 동생 백인호(서강준 분)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유정의 집안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동생의 등골을 빼먹는 철딱서니 없는 여자다.
경제관념이 없고 자립 의지도 없는 뻔뻔한 인물이 바로 인하인 것. 때문에 드라마 초반만 해도 유정과 홍설(김고은 분)의 사이를 방해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심지어 거짓말도 너무나도 뻔스럽게 잘해서 시청자들의 속을 어느 정도 긁는 짜증을 유발했던 것도 사실. 허나 극이 진행될수록 화려한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망나니 같은 행동, 누가 봐도 속내가 뻔히 보이는 다소 어리숙한 면이 욕하면서 정드는 캐릭터가 됐다.
더욱이 지난 15일 방송된 11회에서 홍설을 괴롭히는 전 남자친구이자 못돼 처먹은 오영곤(지윤호 분)을 처단하며 ‘사이다 여신’으로 등극했다. 인하는 영곤의 여자친구인 척 행동하며 망신을 줬다. 특히 영곤이를 마른 장작 패듯 두들기며 얼굴을 망가뜨렸고, 사람들 앞에서 영곤을 그야말로 ‘쓰레기’로 만드는 통쾌한 거짓말을 펼쳤다. 영곤이 발악하자 설이까지 인하를 도우며 그동안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영곤이를 나락에 빠뜨리는 짜릿한 연극 한 판이 펼쳐진 셈이다.
이 장면은 설이를 괴롭히는 영곤의 실체를 알고 있는 인하의 고마운 복수극이었기에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영곤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던 안방극장에 등판한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이 ‘치즈인더트랩’의 재미를 확 높인 것. ‘치즈인더트랩’은 주인공인 유정과 설이의 사랑이 2회만에 시작되며 그야말로 LTE급 전개를 보였다. 허나 두 사람의 행복한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험난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상태. 그중에서도 그야말로 주먹을 부르는 영곤이는 시청자들의 처단 1호 목록이었다. 때문에 인하의 사기꾼 기질이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던 것.
인하를 연기하는 이성경은 초반 다소 밉상이었던 캐릭터를 독특하게 표현해 극의 맛깔스러운 재미를 높였다. 허나 튀는 행동의 인하라는 캐릭터 자체의 특성 때문에 연기가 어색하다는 오해를 샀던 것이 사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데뷔한 후 ‘여왕의 꽃’까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왔던 이성경으로서는 캐릭터 설정 탓에 불거진 일이었다. 자꾸 보다 보니, 그리고 인하의 밉상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안방극장은 어느새 이성경이 만들어가는 인하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영곤을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사이다 장면 속 이성경의 연기는 인하 그 자체였다. / jmpyo@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