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하나면 충분했다. 욕심을 버릴 수 있도록 빨리 끝내겠다는 김명민의 말에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는 유아인. 이 표정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펼쳐질 '왕자의 난'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유아인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훗날 철혈군주 태종이 되는 이방원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총 50회 중 39회까지 방송이 된 가운데 이방원은 왕이 되기 위해 세력을 키우는 동시에 정도전(김명민 분)과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 이미 자신이 계획한 거사에 방해가 되던 정몽주(김의성 분)을 죽이며 잔혹한 성정을 드러낸 이방원은 이제 더는 막을 수 없는 욕망과 광기를 드러내며 '피의 전쟁'을 예고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39회에서는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립이 더욱 본격화됐는데, 정도전은 이방원의 손발을 묶기 위해 그의 최측근인 조영규(민성욱 분)과 무휼(윤균상 분)에게 어울리지 않는 관직을 하사했다. 또한 분이(신세경 분)는 연희(정유미 분)에게 떠나달라는 말을 듣고는 고민에 빠졌다. 이방원은 정인이자 자신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분이가 대군에 안주하면 안되겠냐고 묻자 꾹꾹 눌러담았던 울분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넌 내 편이라고 했고 내 편일거라고 했고 내 뺨이라도 때리면서 살아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분이 니가 어떻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냐"고 소리쳤다. 이어 "니가 삼봉을 선택하면 난 너를 베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분이가 "대군 마마를 선택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하자 그는 "제발 나를 선택해달라는 얘기로 들리지 않아? 널 간절히 원한다는 얘기로 들리지 않는거냐"며 애원까지 했다. 이는 분이를 사랑하지만, 더이상 감출 수 없는 야망을 위해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그의 처절함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유아인은 이방원의 안타까운 감정을 섬세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표현해내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익히 알려진 역사대로라면 이방원은 정도전을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올라 천하를 호령하게 된다. 아무리 정도전이 방원의 손발을 묶고 억압을 한다고 해도 결말은 정해져 있다는 얘기. 하지만 유아인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영리하게 표현해낸 극 전개 속에서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이방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날 방송 말미 이방원과 정도전은 전면전을 예고했다. "욕심을 버릴 수 있도록 빨리 끝내드리겠다"는 정도전의 말에 이방원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는 곧 유아인이 보여줄 '왕자의 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선죽교 비극', '두문동 사건' 등 지금까지의 사극과는 전혀 다른 해석과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이끌었던 그인지라 '왕자의 난' 역시 상상 이상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매회 소름을 유발하는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60분을 휘어잡는 유아인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쏠린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