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구탱이형 때문이다. 돌아보면 김주혁은 어떤 여배우와도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로맨틱 코미디 전문가였다. 상대방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젠틀한 분위기와 도시 남자의 전형이라고 해도 좋을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독보적인 강점. 영화 '좋아해줘'는 그런 김주혁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소환한 '로코킹' 복귀작이다.
김주혁은 '좋아해줘'에서 동네 주민들의 대소사를 꿰고 있는 오지랖 오너 셰프 정성찬 역을 맡았다. '좋아해줘'는 SNS로 연결된 여섯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주혁은 극 중 전세집 주인 함주란 역 최지우와 커플을 이뤄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복귀했다.
'좋아해줘'에서 성찬은 요즘 여성들이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남자다. 직업이 셰프인 만큼 매일 다른 요리로 주란을 즐겁게 해주고, 다리가 아프다면 "식당을 차릴까 마사지숍을 차릴까 고민했다"며 다리를 주물러 준다. 고민 상담에도 적극적이고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 자신의 휴일을 아낌없이 쓴다.
김주혁은 이런 성찬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속에 '1박2일' 속 놀림을 받았던 구탱이형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이는 오히려 성찬의 따뜻한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또 애드리브로 보이는 대사나 유머러스한 행동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보를 빵빵 터트린다.
최지우와의 호흡도 좋다. '좋아해줘' 속 세 커플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유아인과 이미연이 연상연하 커플의 솔직하고 과감한 사랑을, 강하늘과 이솜이 풋풋한 20대의 연애를 표현한다. 그리고 김주혁과 최지우는 오누이, 친구처럼 지내던 남녀가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 달달한 영화의 중추를 맡았다.
2000년대 김주혁은 훈훈한 외모와 신사적인 분위기로 로맨스 영화 캐스팅 1순위로 활약했다. 엄정화, 장진영, 문근영, 손예진, 조여정 등 파트너들의 이름만 봐도 그의 활약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잠깐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외도를 했지만, 그 경험이 독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스크린 속 인물을 연기하는 김주혁의 모습은 이전보다 더욱 편안해 보이고 여유가 느껴진다.
다시 돌아온 '로코킹'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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