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인 정형돈의 갑작스런 활동 중단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항상 능청스런 미소로 너스레를 떨던 그를 보며 웃던 시청자들은 정형돈이 잠시 연예계를 떠나 있어야 할 정도로 심한 불안장애에 시달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방송인 전현무 역시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입버릇처럼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었지만 방송을 쉴 만큼 지쳐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방송인 김성주도 눈 건강 악화로 인해 3주의 휴식기를 가진다. ‘올스톱’은 아니지만, 쉴 틈 정도는 마련됐다. 김성주 소속사 티핑엔터테인먼트는 16일 OSEN에 “아무래도 연말부터 지금까지 무리를 하다 보니 피로가 많이 쌓이게 됐다”며 “쉬면 괜찮아질거라 스케줄 조율을 하게 됐다. 단순 휴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김성주는 자신이 진행을 맡고 있던 KBS 쿨FM ‘김성주의 가요광장’을 한 달 간 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도 원인은 피로누적이었다. 심각한 문제가 있지는 않더라도, 앞만 보고 바삐 달려왔던 그에게 잠깐의 휴식이 절실했던 것만은 사실일 터다.
이처럼 ‘틀면 나오는’ 대세 MC 정형돈, 전현무, 김성주가 차례로 휴식을 선택했다. 쉬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참아온 듯한 세 사람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안타까움 섞인 응원도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왜 몸과 마음을 압박하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떠 안은 채로 버틸 수밖에 없었을까.
이쯤에서 예능계의 대부 이경규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최근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 “내가 빠지면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다”라며 “오히려 더 잘 된다.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고 자신이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방송을 쉬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비굴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한다. 그건 내가 못 참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냥 웃고 넘기기엔 방송인들의 뼈 아픈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람에게는 감정이 있어도, 프로그램에는 감정이 없다. 십수년을 함께 한 방송에서 한 순간 떨어질 하차 통보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도,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 봐야 하는 것도 방송인의 숙명이다. 그래서 항상 극단적 불안을 느낄 것이고, 정신의 피로는 고스란히 육체의 피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불안감을 사회 도처에서 겪어 왔던 대중 역시 세 사람의 선택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잠시 동안의 휴식 이후 더 큰 활약을 보여 줄 이들의 모습에도 기대감이 쏠린다. 잠깐 쉬어간들 어떠랴, 정형돈·전현무·김성주인데.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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