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서거 71주기를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가 특별하게 빛냈다. 감독 및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고, 윤동주와 송몽규 두 젊은이의 삶과 죽음이 주는 메시지를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의 윤동주 시인 서거 71주기 기념 특별GV에는 이준익 감독과 배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가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 이 자리에는 윤동주의 육촌인 윤형주와 송몽규의 조카 등 인척들이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는 시를 들려주기 위해 찍은 게 아니다"라며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해자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는 가해자에 대한 정확하고 논리적이고 합당한 지적, 부도덕성에 대한 추궁을 게을리했다. 우리의 억울함만 반복적 호소했다. 반쪽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을 생각해보자. 독일 패전 후에 나치즘과 파시즘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등 주변 국가가 그 부도덕성을 끝까지 주장하고 문책 했다. 그래서 반성해 독일이라는 나라가 20세기 인류문명에 기여한 국가가 됐다"고 말하며 "후반부에 동주와 몽규가 고등형사의 군국주의적인 말의 모순을 발견하고 깨는 신을 위해 이 영화를 찍었다. 그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강하늘과 박정민은 각각 윤동주와 송몽규 역을 맡으며 느꼈던 벅찬 감격과 죄스러운 마음 등을 이야기했다. 특히 두 사람은 윤동주와 송몽규의 가족들이 와 있다는 말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박정민은 "송몽규 선생님의 조카 분이 오셨다. 가족이 오신 게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에 울보가 될 뻔 했는데 잘 참았다.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곘다"며 "열심히 했고,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오늘 윤동주 선생님의, 2월 16일 서거일이다. 3주 차로 송몽규 선생님도 서거하셨다. 내일 영화가 개봉 하는데, 송몽규 선생님의 서거일에도 GV를 할 수 있게 책임감을 가지셔야 한다. 애국하셔야 한다. 대한독립 만세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강하늘은 영화 속 등장하는 윤동주의 시 내레이션을 무릎을 꿇고 녹화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줬다. 그는 "시를 읽을 때 마음이 제일 중요했다"며 "앉아서 녹음을 하려고 하는데, 편하게 앉아 녹음을 하는 게 죄스런 마음이 많이 들었다. 무릎을 꿇고 하면 안 되겠느냐고 여쭤봤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해서 녹음 할 때 의자 위에서 무릎을 꿇고 했다.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됐다"고 비화를 알렸다.
재일교포 3세 배우 김인우는 '동주'에서 고등형사 역을 맡아 두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우리 조부모님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다. 그래서 애국심을 조상에게 많이 배웠고, 어떤 역사인지 많이 배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 8년 전에 일본에서 바닥을 쳤다. 너무 힘들어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 죽을 병이었는데 그 때 한 편의 한국 영화가 나를 구해줬다. 그것을 계기로 되살아났다. 그래서 한국에 왔다"며 한국 영화 '집으로' 덕분에 한국에서 생활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한편 '동주'는 일제강점기 스물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의 청년기를 그린 영화로 강하늘이 윤동주 시인을, 박정민이 윤동주의 사촌이자 친구인 송몽규 역을 맡았다. 오는 17일 개봉.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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