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했던 등장에 놀랐고, 추억의 무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그룹 구피와 쌍둥이 그룹 량현량하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외모가 변했을지언정 과거의 걸출한 실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항상 기대를 모드는 ‘슈가맨’의 추억 소환이 이번에도 통한 모양새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치타-강남과 유성은-트루디 팀이 출연해 대결을 알렸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슈가맨에 대한 궁금증이 모아졌는데 유재석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해 한층 정체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이어 신나는 댄스곡이 흘러나왔고 40대 연령에서 누군지 알겠다는 듯 어깨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3인조 보이그룹 구피는 인기곡 ‘많이 많이’를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 멜로디가 쉬운 데다 보컬 이승광이 선율감을 강조하는 대목은 여느 발라드 못지않게 애틋하기도 하다. 무대를 끝낸 이승광은 “오랜만에 선 무대가 너무 긴장돼 청심환을 먹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욱은 “올해가 20주년이라서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세 사람은 팀내 불화로 그간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승광은 “원래 내 자린데 다른 사람이 껴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삐쳤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신동욱이 방송 출연을 앞두고 만나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량현량하의 그림자만으로도 “여전하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지난 2000년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로 데뷔해 화려한 춤 동작을 선보이며 가요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량현량하. 이날도 각종 비보잉을 보여주며 실력을 입증했다.
량현량하는 공백기가 길었던 이유에 대해 “크리스크로스처럼 어릴 때 데뷔해 짧게 활동한 후 성인이 돼 컴백하려 했지만 사람들에게 이를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잊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 입대 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 때 우리가 가수가 노래와 퍼포먼스 다 잘 해야 하는 직업임을 알았고 제대하면 가수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량현량하는 어머니 사업을 돕고 있고, 강연과 의류 사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어 편곡 무대가 시작됐는데 2016년산 ‘많이 많이’는 마이애미 리듬의 흥겨운 90년대 댄스곡을 R&B와 투스텝 장르가 혼합된 다이내믹한 곡으로 재해석됐다. 시원한 가창력의 소유자인 유성은의 노래와 소울 가득한 트루디의 랩이 조화를 이뤘다.
두 번째로 치타와 강남이 부른 ‘학교를 안 갔어’는 새롭게 추가한 훅 멜로디와 치타의 자작랩, 원곡보다 신나는 느낌의 EDM 장르로 재해석됐다. 강남의 노래와 치타의 랩이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10대부터 40대 판정단의 투표 결과 30~40대에서 각각 15표씩 얻은 유희열 팀이 10표로 유재석 팀을 앞섰고, 20대에서는 유재석 팀이 15표를 얻었다.
유재석 팀이 35점을, 유희열 팀이 40점을 얻은 가운데 마지막으로 10대에서 더 많이 얻은 유희열 팀이 최종 승리를 했다. ‘슈가맨’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며 화요일 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앞으로 또 어떤 추억의 가수들이 등장해 기쁨을 안길지 기대가 된다./purplish@osen.co.kr
[사진]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