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가, 주인공이 아닌가. 배우 박민영이 MBC ‘개과천선’에 이어 두 번째로 법조인 역할을 한 SBS ‘리멤버’에서 미미한 존재감으로 아쉬움을 샀다. 남자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드라마인 까닭이라고 위안을 삼기에는 매 작품마다 비슷한 행보인지라 배우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
박민영은 18일 종영하는 수목드라마 ‘리멤버’에서 이인아 역을 맡아 아버지의 복수와 정의 구현을 해야 하는 서진우(유승호 분)를 돕는 연기를 펼쳤다. 분명히 방송 전까지 주인공으로 알려졌지만 드라마 내내 주인공다운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이 드라마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남규만(남궁민 분)이 워낙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조차도 밋밋하게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가 아쉬움을 남겼다. 이야기 전개상 초반 인아는 여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적게 등장했다. 중반부터는 인아의 조력에 따라 진우가 울고 웃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다. 때문에 박민영은 ‘리멤버’가 시청률 20%를 넘볼 정도로 인기를 끌어도 배우로서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사실 박민영은 데뷔 후 연기력으로 논란이 일었던 배우는 아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해왔지만, 큰 인기를 누렸던 SBS ‘성균관 스캔들’을 마지막으로 작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일이 많지 않았던 배우. 무엇보다도 로맨스가 아닌 이야기를 내세우는 드라마일수록 좀 더 취약한 면모를 보인다.
‘리멤버’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충돌과 법조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개과천선’, 젊은 여배우들이 손쉽게 소화하는 밝고 명랑한 역할이자 기자로 변신했던 KBS 2TV ‘힐러’에서도 박민영은 다른 배우들의 맹활약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약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 같은 눈에 띄지 않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배우만의 잘못은 아닐 터. 평일 프라임 시간대 드라마에서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를 찾기 쉽지 않고, 심지어 로맨스가 아닌 장르성이 가미된 드라마의 경우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리멤버’는 방송 전에 미리 계획했던 유승호와 박민영의 멜로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이 심해 박민영이 연기했던 인아의 비중이 더 줄어들었다. 허나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도 배우가 연기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작품에서 주인공이 병풍으로 전락하는 일은 누구를 탓하기도 참 어렵다.
배우의 재능과 노력이 수반된다면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 다만 박민영이라는 배우가 연기로 큰 흡인력을 갖춘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이 이야기의 도움을 받지 않는 작품을 매번 선택할 경우 앞으로도 주인공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에게 묻히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만 하는 역할만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에는 무난함을 넘어 발전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데뷔 10년을 맞은 박민영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다.
한편 ‘리멤버’는 18일 마지막 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악의 축인 규만이 그동안 요리조리 법의 테두리망을 비켜오며 시청자들의 분노가 쌓인 상태. 벼랑 끝에 몰린 규만을 처단하고 진우가 행복한 결말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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