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 제작진이 섭외 뒷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슈가맨’에서는 1990년대 후반 전국의 나이트를 주름잡았던 댄스그룹 구피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댄스신동 량현량하가 ‘슈가맨’에 등장했다. 제작진은 “흥의 제왕으로 불릴만한 이들이 슈가맨으로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추억 속으로 소환하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 추억의 꼬마 아이돌! 량현량하가 30세 청년이 되기까지
2000년 만 12세에 데뷔해 깜찍한 노래와 프로수준의 비보잉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량현량하. 초등학생이었던 그들은 100인의 방청객 중 무려 95명의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슈가맨이었다. ‘슈가맨’ 제작진 역시 기획 초창기부터 량현량하의 섭외에 공을 들였지만, 18회 차에 겨우 출연을 성사시켰을 정도로 쉽지 않았던 섭외였다.
사전인터뷰 당시 량현량하는 많은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를 늘 고사했던 이유에 대해, “잊혀진 가수로서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보여주길 원하는 방송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진 적도 없고 음악을 놓고 있던 적도 없었기에 자극적으로 재미요소만 추구하는 방송과는 콘셉트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례적으로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해서 일찍이 이름이 알려졌을 뿐,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30세 나이에 망한 가수라는 이미지가 생길까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가맨’ 제작진도 역시 같은 이유로 거절을 당했지만, 여러 작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슈가맨’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을 거듭했다.
하지만 량현량하가 출연을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른 프로그램과는 추구하는 바가 다른 ‘슈가맨’에 대해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바로 선보일 수 있는 곡이 없는 상황에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고민이었던 것이다. 또한 량현이 두 번의 탈장 수술을 거듭하며, 회복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출연 일정을 잡는 것은 더욱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량현의 회복 시기에 맞춰서 다시 한 번 일정을 잡아보려고 노력 하던 중 들려온 소식은 량현량하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것. 49제가 지나고 그들이 실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계속됐다. 그리고 노래 부르는 게 직업인지도 몰랐던 꼬마 량현량하의 가수 활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서포트 해주었던 아버지에게, 떠나시는 길에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량현량하의 마음이 극적으로 '슈가맨' 출연을 성사시켰다. 변치 않은 외모와 춤 솜씨로 16년 만에 다시 선보인 ‘학교를 안 갔어’ 무대는 아버지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마지막 선물이 되고도 남을 만큼 완벽했고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 4세 아들이 성사시킨 댄스의 제왕 구피의 재결합
1996년 데뷔 이후 ‘많이많이’, ‘비련’, ‘다 잘될거야’, ‘쇼크’, ‘게임의 법칙’ 등 수많은 한국형 댄스음악을 선보이며 연령을 막론하고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구피. 예능에서 활약하던 신동욱이나 국내최초 연예인 출신 보디빌더로 활동한 이승광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도 어렴풋이 있겠지만 현재 구피의 근황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구피의 음악만 나오면 몸이 자동 반사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팬들의 리퀘스트에 따라 그들의 근황을 알기위해 수소문을 거듭하던 제작진은, 예전 구피의 매니저가 이미 슈가맨에 출연한 정재욱의 현재 매니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김현성이 김돈규를 제보하고, 김돈규는 얀을 추천하고, 차태현이 장혁을 추천하는 등 슈가맨들끼리는 연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라미드식 섭외가 가능한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이번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정재욱을 통해 인연이 닿았던 매니저는 다행히 슈가맨에 호의적이었지만 구피의 출연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신동욱과 박성호는 10대 시절부터 친구였고 현재까지도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등 여전히 절친한 사이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고 두 멤버와 교류도 없이 지내는 이승광이 과연 출연에 응하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출연 제의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은 오히려 신동욱이었다. 한차례 재결성을 논의한 적 있지만 이승광과의 견해 차이로 인해 신동욱, 박성호는 다른 보컬을 영입한 채 구피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재기했었고, 이후 서로간의 오해와 갈등이 쌓여 보이지 않는 골이 너무나 깊게 생긴 상태였기 때문.
세 사람은 슈가맨 출연 논의를 위해 만남의 자리를 가졌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와 의견 충돌로 인해 쌓아왔던 앙금을 서서히 풀게 되었다. 특히 이승광의 4 살배기 아들 시우의 재롱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며 구피 재결합을 추진하는데 톡톡히 한 몫 했다.
오랜만에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두 팀의 무대는 수차례 망설임을 거듭한 후 결정한 것인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 찼다.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화려하고 아름다운 제2의 전성기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슈가맨’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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