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가 김명민과 유아인의 쫄깃한 대결 구도로 극적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두 사람의 명연기 덕분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이방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국가와 백성 개개인의 관계를 담아내고 있다. 용으로 명명된 6명은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고 이는 곧 조선 건국으로 이어졌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 과정 속에서 국가는 각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단 하나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각각의 관계성 역시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모두가 개연성을 가지고 행동을 하게 되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바탕이 되어 고스란히 시청자들을 설득시킨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유아인이 연기하고 있는 이방원이다. 역대 최고 젊은 이방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은 현재 정도전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간 정도전을 도와 건국에만 힘을 쏟던 이방원은 새 왕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는 좌절했다. 그리고 곧 꿈틀거리던 욕망을 폭발시키며 왕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과정에서 이방원은 무명이라는 조직의 손을 잡고 정도전을 막아설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했다. 정도전 역시 가만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같은 대립은 지난 16일 방송된 40회에서 더욱 극대화됐다. 분이(신세경 분)로 인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이방원과 정도전은 명확히 다른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다.
이방원은 군왕5칙을 알고 있음을 밝혔고, 정도전도 "욕심을 버리실 수 있도록 빨리 끝내드리겠다"고 하며 더 이상 이방원을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정도전은 곧바로 덫을 놓았다. 모필가를 통해 무명 조직의 초영(윤손하 분)이 이방원을 찾게 만든 것. 물론 시청자들은 역사로 인해 이방원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도전에게 제대로 반격을 가할 것임을 알고 있다. 또 '왕자의 난'을 벌이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김명민과 유아인이 얼마나 명연기를 보여주며 또 다른 재해석을 낳을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하여가와 단심가, 선죽교의 비극이 이미 여러 사극에서 여러 차례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손꼽아 기다리고 탄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 피의 전쟁은 시작됐고, 이방원 역시 잔인한 성정을 드러내며 앞으로 벌어질 또 다른 비극을 예고했다. 이제 종영까지 단 10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가 막판까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며 완벽한 팩션 사극으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