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날아온 B급 히어로 '데드풀'이 황정민 강동원, 환상 콤비의 코믹액션 '검사외전'을 누르고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데드풀'은 수퍼히어로 무비로는 이례적으로 청소년관람불가 '19금' 등급이지만 마블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데드풀'은 개봉일인 17일 하루 동안 25만 731명의 관객을 동원해 14일 연속 선두를 질주하던 '검사외전'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누적관객수는 43만 6,457명. 비수기에 접어들기 시작된 극장가에서 청불 영화가 평일 하루 25만명을 모은 건 고무적인 사실이다. '데드풀'과 같은 날 막을 올린 유아인 최지우 등 주연의 '좋아해줘'는 8만 5,125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섰다. 최근 주춤하고 있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서는 고무적인 성적이다.
'데드풀'은 고향인 마블에서 제작하지 않고 이십세기 폭스가 만들었다. 그 덕분인지 마블의 정통 히어로 틀에서 벗어나 '데드풀' 캐릭터 특유의 돌+아이 기질 충만한 매력으로 더 큰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데드풀'은 마블 역사상 가장 매력 터지는 히어로 데드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암 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가한 뒤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탁월한 무술실력과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지녔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데드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놈들을 찾아 그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데드풀'은 흔히 생각하는 히어로 무비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데드풀'이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사실부터 기존의 히어로 무비와는 궤를 달리 한다. 19금 등급이 의미하듯 '데드풀'에는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잔인한 장면들은 물론, 성적인 장면과 관련 농담들이 즐비하다. 지난 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킹스맨'과 비슷한 과다.
그 속에서 데드풀은 더 특이하다. 본인 스스로 "남자친구한테 히어로 무비라고 듣고 왔을텐데 놀랐을거야"라는 대사를 건넬 만큼 데드풀은 흔히 생각하는 히어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정의감이 없다. 데드풀의 목적은 오직 복수. 때문에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게다가 그가 던지는 대사들도 상상을 초월한다. "모범생들과는 다르다"를 표방하는 만큼, 데드풀은 거칠고 야하고 웃긴 농담들을 던지며 히어로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 A급 히어로 무비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 터.
하지만 이것이 데드풀의 매력이다. 마블 캐릭터 때부터 독특한 데드풀의 매력은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또한 캐릭터 중 유일하게 자신이 영화 속 캐릭터임을 아는 캐릭터라는 점도 웃음 포인트다. 영화 중간중간 관객들을 향해 말을 걸고 데드풀을 연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의 전작 히어로 무비였던 '그린랜턴'을 언급하는 것들은 '데드풀'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A급 히어로 무비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이 이런 데드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이것이 '데드풀'의 매력임을 숙지하고 간다면 만족할 만한 2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데드풀'은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계에 정식 데뷔하는 팀 밀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trio88@osen.co.kr
[사진] '데드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