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내내 '고구마(답답한 전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던 '리멤버'가 종영 직전에서야 속 시원한 전개를 쏟아내고 있다. 악의 근원이었던 남궁민이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는 것. 하지만 '리멤버'는 여전히 유승호의 기억 이상과 관련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어 끝까지 방심을 할 수가 없다.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는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는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방송 내내 큰 인기를 누렸다.
'리멤버'는 영화 '변호사'의 윤현호 작가의 첫 드라마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또한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 역으로 유승호가 캐스팅되면서 성공 가능성에 불씨를 당겼다. 유승호의 군 제대 후 첫 지상파 복귀작이라는 타이틀은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박민영, 박성웅, 남궁민, 이원종, 전광렬 등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리멤버'를 향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리멤버'는 첫 방송부터 기대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알츠하이머라는 식상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피노키오'는 물론 영화 '베테랑'을 연상케 하는 극 구성과 방송 3회만에 진범이 밝혀지는 등의 빠른 전개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붙들었다.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서진우(유승호 분)의 이야기는 늘 눈물을 쏟게 만들 정도로 안타까웠는데, 그럴수록 대기업을 등에 업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남규만(남궁민 분)을 통쾌하게 응징해주기를 바라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촉박한 드라마 제작 환경 탓인지 갈수록 극의 리얼리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늘 배신을 당하는 서진우의 모습은 답답함을 자아냈다. 남규만은 날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는데 서진우와 이인아(박민영 분)가 처한 현실은 갑갑함 그 자체.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이 악물고 변호사가 됐던 서진우는 어이없게 살인 누명을 쓰거나 반격을 하는 족족 일호그룹에게 당하기만 했다.
또 아버지가 누명을 벗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뒤 기억 장애 증상까지 앓게 된 서진우는 '역대 최고로 불쌍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얻었고, '리멤버'는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썼다. 극 후반부 중요한 재판 때마다 등장하는 서진우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혈압 상승의 기폭제가 됐고, 시청자들은 방송 후 관련 게시판을 통해 "사이다(속 시원한 전개) 좀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결국 서진우는 19회에 와서야 길고 긴 싸움을 종결 지었다.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낸 것. 또한 서진우는 중국으로 도망을 치려 하는 남규만을 붙잡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서진우의 진짜 복수가 실현될 시간이 머지 않은 것.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서진우의 기억 이상 증세. 이미 6개월 정도 후면 모든 기억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바 있는 그다. 과연 '리멤버'는 제작사 측에서 공언한 바대로 '역대급의 엔딩'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구마와 사이다 사이에 서 있는 '리멤버'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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