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의 남건 PD가 첫 촬영에 앞서 드라마의 기획 의도와 촬영 소감을 전했다.
'육룡이 나르샤' 후속으로 오는 3월 방송되는 '대박'은 투전판에서 거칠게 타짜로 자라난 대길(장근석 분)이 영조(여진구 분)와 목숨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이는 내용의 드라마로, 숙종(최민수 분)의 후궁 숙원(윤진서 분)에게서 6달 만에 태어난 왕자가 버려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근석, 여진구, 임지연, 최민수, 전광렬, 윤진서 등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남건 PD는 18일 첫 촬영을 앞두고 작품에 임하는 각오와 함께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박'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그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으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이 드라마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본을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1, 2부 엔딩을 보면 지금까지 못 보던 사극이더라.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서 한 번 해보고 싶었다."
- 제작비는 얼마나 드나?
"제가 알기로는 100억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조선시대의 투전을 다루는 사극이없었던지라 투전방과 같이 없는 것을 구현해야 한다. 그래서 세트팀과 회의를 많이 했다. 지하 1, 2층으로 된 세트인데 몇 억이 들어갔다. 나무가 5톤 트럭으로 들어오는데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잘 깎여진 나무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질감이라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 이 드라마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정치는 무거운 이야기다. 왕권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걸 도박으로 풀어낸다. '육룡이 나르샤'는 칼로,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이라는 인물로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를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도박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 여러가지 도박이 등장한다. 하다 못해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대해 내기를 하거나 술을 따르면 몇 잔이 나올까 하는 것도 등장한다. 수많은 내기의 상황이 있고 그것이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도박이라도 해서 음습하고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을거다. 그렇다고 해서 도박 미화 드라마는 아니다."
- 대길과 영조는 어떤식으로 대립을 하게 되나.
"대길은 아버지가 고수인데, 투전 방에는 얼씬도 못하게 키운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도박을 하게 되고, 영조는 연잉군 시절 투전방 단속을 하게 된다. 숙종 시대 화폐 경제가 발달을 해서 도박 단속이 심했다. 그런데 이게 기록상으로는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은 픽션으로 채우게 된다."
- MBC '몬스터' 장영철 작가와 경쟁을 하게 됐다.
"제가 '자이언트' 조연출을 했어서 장영철 작가님과 친분이 있다. 그래서 통화를 했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냐. 잘해보자'라고 하시더라. 그 때 신기했던 건 '동이'가 30%가 넘었고, '자이언트'도 20%가 넘었다. 3사 드라마 다 합치니 60%가 넘더라. 그 때도 예상치 못했던 시청률이었다.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3사 모두 잘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영철 작가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시지만 제가 그걸 의식하면 일을 못할 것 같다."
- '대박' 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굉장히 대중적이다. 저는 쉽게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장영철 작가님 역시 쉽게 어려운 주제 의식을 건드린다. '대박'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강하다. 권순규 작가님이 수용을 잘해주시는 편인데 극적 논리를 위해서라면 많은 부분을 받아들여주신다. 작가님 역시 에너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굉장히 좋고,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본 좋고 연기가 좋으면 연출은 그냥 카메라를 잡기만 하면 된다. 연출이 안 보일수록 좋은 대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은 안 하려고 한다."
-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거창한 것 없이 '가족이 최고'다. 대길이는 가족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자꾸 못 만들게 한다. 영조도 마찬가지다. 왕들의 비극은 가정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연산군, 광해군 모두 결핍이 가정 문제에서 시작된다. 장근석 씨에게도 왕권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가족을 찾기 위한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연잉군도 어머니의 마음이 잃어버린 아들에게 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아버지의 사랑은 받은 적이 없다. 형제와도 살얼음판이다. 가족의 문제가 크다. 이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만들려 한다. 작가님과는 명분을 얘기하게 하지 말자, 눈 앞 욕망을 얘기하게 하자는 얘기를 했다. 당장 이 인물이 원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접근을 해야지만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그래야 배우가 연기하기도 편하고, 연출도 편하며 시청자도 쉽게 감정적으로 동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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