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악역은 처음이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터지는 분노조절장애로 주위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더니, 이제는 미운 4살을 보는 듯한 생떼로 은근히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나섰다. 종잡을 수 없는 이 악동을 과연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지난 17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19회에서는 서진우(유승호 분)과 이인아(박민영 분)의 활약으로 서재혁(전광렬 분)이 무죄를 선고 받았고, 덕분에 이 모든 일을 꾸몄던 남규만(남궁민 분)은 위기에 봉착했다.
오만한 건지 순진한 건지 남규만은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와중에도 죄를 뉘우칠 줄 몰랐다. 남규만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며 아버지인 남일호 회장(한진호 분)조차 그를 사장직에서 자르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지만, 남규만은 “나 법정 안 갈 거다. 안 간다고. 약 올라서 죽겠다”라며 생떼를 부렸다.
또한 “법정에서 보자”며 자신을 도발하는 박동호(박성호 분)에게는 평소처럼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지만, 이는 그의 부하들에 의해 저지됐다. 이에 남규만 일당과 동호의 부하들이 전면전을 펼치게 됐고, 그 결과는 남규만의 패였다. 남규만은 눈앞에서 자신이 열세임을 확인하곤 “똑같은 깡패인데 왜 내 깡패가 밀리냐”라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썼다.
하지만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이때까지도 자신이 법의 심판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남규만은 자신을 찾아온 서진우에게 “이 거지새끼 또 왔다. 나 잡아봐라”라며 유치하게 굴었다. 그리고는 중국으로 떠나 신분 세탁을 할 요량으로 미리 준비했던 헬기로 향했지만, 헬기는 그를 태우지 않은 채 떠났다.
이에 남규만은 저 멀리로 날아간 헬기의 뒤꽁무니를 향해 “돌려, 돌려. 헬기를 돌리라고. 나 아직 안 탔다고”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분명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무섭다기보다 귀여워 보일만큼 어이가 없는 생떼였다.
앞서 방송들을 통해 남규만은 자신이 죽인 여대생 오정아(한보배 분)의 시체를 유기시키고 그 죄를 서재혁 역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약 파티를 벌이는 대범한 악행으로 역대급 악인임을 상기시킨 바 있다. 또한 권력과 부를 이용해 법의 테두리를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그려진 남규만은 우리가 예상했던 잔인하고 냉철한 모습이 아닌, 미운 4살처럼 떼를 쓰는 모습으로 웃음 아닌 웃음을 선사했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행동이 그를 어쩐지 귀엽게 보이도록 만든 것.
하지만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그가 저지른 죄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디 오늘(18일) 방송되는 마지막 회에서는 남규만이 저지른 죗값을 달게 받고 권선징악을 몸소 실천하는 ‘사이다’ 전개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