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캐릭터를 지켜주세요!"
MBC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극본 허성희 연출 권성창)에 대한 애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캐릭터의 변화가 아쉽다는 것이다.
특히 극 중 권율이 분한 해준 캐릭터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큰데, 그가 주인공 미모(장나라 분)와 마지막에 연결되느냐 안 되냐는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다. tvN '응답하라 1988'의 영향으로 드라마에서 남자 1,2번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모양새이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은 암묵적으로 미모와 정경호가 분한 수혁이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결과와 상관없이 애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캐릭터의 초지일관. 물론 캐릭터의 변화가 서사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포인트를 놓치거나 잃는다면 작품이 뒷심을 얻기 힘들다.
지난 17일 방송에서는 미모가 점점 더 수혁(정경호 분)에게 끌리고, 이런 수혁을 경계하는 해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해준은 미모가 수혁과 함께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실에 화가 났다. 수혁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내서 고백해볼게. 쌍꺼풀 있고, 성형은 안 한 것 같고, 아담한 체형, 사랑스런 흠 있는 여자. 너 말하는 거야, 붕어야”라고 미모에 대한 진심을 전한 상황이다.
해준의 불편한 마음은 결국 폭발했다. 미모를 집으로 데려다 준 그는 “내가 불편해 하는 걸 알면 거리를 둬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나 오해하게 하지마라. 마음 주기 무섭다. 다칠까봐”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해준이 자신에게 아직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말에 미모는 발끈했고, 해준은 다시 “거기, 나만 있는 거 맞죠?”라고 물으며 미모와 수혁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놓지 못했다. 해준의 직감을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미모는 수혁의 고백을 잊지 못했고, 그의 말이 계속 떠올라 해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때마침 해준이 아팠고, 그는 해준의 집으로 가 전복죽을 끓여주며 보살폈다.
이튿날, 해준은 “미모 씨의 죽 때문인가 보다. 몸이 다 나았다”고 따뜻하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미모는 해준의 집에서 싱크대 안에 버려지듯 놓인 냄비에 자신이 만들어 준 죽이 그대로 담겨 있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썩어가는 냄새를 내고 있었다.
미모가 해준에게 실망한 만큼 시청자들도 실망했다. 그리고 이것은 익히 알던 해준의 모습이 아니다. 따뜻하면서도 박력넘치는 모습으로 미모를 흔들어놨던 해준은 점차 무심하면서도 집착하는 남자가 돼 가고 있다. 해준이 대부분의 로맨스 드라마와 같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한 러닝메이트 정도라도 캐릭터의 매력은 지켜지면 안 될까. 아직 애청자들은 해준이 미모에게 화끈하게 사랑고백을 한 장면의 잔향을 잊지 못하고 있다. / nyc@osen.co.kr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한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