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그 아이.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당시 느꼈던 설렘이 추억을 보정하며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름답게 기억된다. 이러한 이유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첫사랑 영화의 명작 ‘클래식’(감독 곽재용, 2003)과 411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2012)에 이어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이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 현재 전 세계 소녀들의 마음에 ‘첫사랑 오빠’처럼 자리 잡은 보이그룹 엑소의 도경수와 차세대 국민 첫사랑을 예고한 아역배우 출신 김소현이 호흡을 맞춘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1991년 고흥의 한 섬마을로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한다. 다리가 아픈 수옥(김소현 분)을 위해 기꺼이 발이 되어주는 범실(도경수 분). 그는 섬 밖을 나설 수 없는 수옥에게 바깥세상을 들려주는 창인 셈이다. 그런 수옥에게도 꿈이 있다. 그녀는 아픈 다리 대신 라디오를 통해 바깥세상을 여행한다. 라디오는 수옥의 꿈이자 영화 속에서 추억을 불러오는 장치로 사용된다.
첫사랑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클래식’을 떠올리면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생각나고, ‘건축학개론’을 떠올리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생각나는 것처럼 ‘순정’에 등장하는 추억의 음악들은 감성을 건드리는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순정’이니 만큼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멜로신도 직접적이지 않다. ‘클래식’에서도 명장면은 비오는 날 손예진과 조인성이 함께 옷을 뒤집어쓰고 달리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떠오르고, ‘건축학개론’에서도 수지와 이제훈의 도둑키스가 설렘을 전달했다.
‘순정’에서는 범실이 비오는 날 수옥의 우산에 입을 맞추는 ‘우산키스’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을 두고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남녀로 갈렸던 일화가 눈길을 끈다. 여성 스태프들은 우산에 입을 맞추는 것을 주장했고, 남성 스태프들은 두 배우가 실제로 입을 맞추기를 주장했다고.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상징하듯 우산에 입을 맞추는 그림이 더욱 로맨틱할 것이라는 의견이 승리해 ‘우산키스’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순정’은 첫사랑 멜로 영화의 계보를 이어 관객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가슴 깊숙한 곳에 담아둔 아련한 첫사랑을 꺼내보게 할 전망이다. 오는 24일 개봉. / besodam@osen.co.kr
[사진] '순정'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