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늦깎이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멋지게 살렸다. 예능으로 키운 감각이 본업인 연기와도 시너지를 내는 모습. 배우 김주혁과 최지우의 이야기다.
김주혁과 최지우는 영화 '좋아해줘'에서 한 쌍을 이뤘다. '좋아해줘'는 SNS로 연결된 여섯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김주혁과 최지우는 극 중 각각 오지랖 떠는 세입자와 깐깐한 집주인으로 분해, 일상 공간에서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남녀의 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김주혁은 지난해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우진으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영화에는 2011년 '커플즈' 이후 처음 출연했다. 햇수로 따지면 약 5년 만. 최지우도 이는 마찬가지다. 그의 경우 영화는 2009년 '여배우들' 이후 처음으로, 7년 만이다.
김주혁과 최지우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두 사람 모두 예능 출연이 배우 커리어에 '독'이 아닌 '약'으로 작용한 모양새.
먼저 국민 예능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맏형으로 함께 한 김주혁의 경우, '구탱이형'이라는 친근한 별명과 함께 예능감을 덤으로 얻었다. 김주혁은 과거에도 탁월한 연기력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잘 어울리는 남자주인공 랭킹 상위권에 있었지만, '좋아해줘'에서 보여주는 소탈하고 따뜻한 남자의 이미지는 이전보다 한층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최지우 역시 예능 출연을 통해 슬픔을 간직한 청순가련형의 이미지에서 당차고 귀여운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로 변화를 맞이했다. 최지우의 재발견이 맨 처음 이뤄진 것은 나영석PD의 '삼시세끼'에서였다. '삼시세끼'에서 최지우는 까칠한 이서진을 무장해제시키는 깔끔하고 귀여운, 반전 면모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의 새로운 매력은 '꽃보다 할배'와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로 힘을 받았고, '좋아해줘'에서 꽃을 피웠다.
'좋아해줘'에서 보여주는 두 배우의 활약은 예능 프로그램이 오랜 경력의 배우들에게는 좋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미처 개발하지 못했던 성격이나 장기 등을 단련해 배우로서의 역량을 높이는 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도움이 된 것. '좋아해줘' 속 김주혁의 빵빵 터지는 애드리브나 최지우의 뾰로통한 표정이 이를 증명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좋아해줘'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