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스펙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해있다. 일부 남성들은 여자 친구의 조건으로 ‘예쁜 여자’를 바라고(일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기업 입사 면접에서도 능력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 위주로 채용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선은 외모가 출중해야만 뭐든지 잘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사실 외모의 기준을 만드는 곳도 TV다. 지금 당장 TV만 켜봐도 예능과 드라마에 늘씬하고 예쁜 연예인들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고 닮아야할,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외모가 다소 떨어지는 가수, 배우, 개그맨들은 무조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웃음을 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자리 잡았다. 최근엔 과거보다 더 외모 지상주의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나 청소년이나 20대 청춘은 TV 속 여자 스타처럼 예쁜 외모를 얻으면, 뭇 남성들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가령 연예인이 바른 화장품이나 몸에 걸친 옷, 소품 등이 완판 되는 걸 보면 이 같은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능력보다 외모를 중요시 여기는 건데, 사람들이 겉모습을 따지고, 이런 심리가 예능이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반영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듯 TV는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는데 그것은 수용자의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 자아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다. 이는 TV가 만들어낸 비뚤어진 인간상이다. 곧이곧대로 말하자면 대중매체가 원인을 제공했으니, 해결도 그들이 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그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못.친.소’ 특집을 시즌제로 선보이며 외모가 초라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4년 만에 돌아온 ‘못친소’ 특집2에는 이봉주, 우현, 데프콘, 조세호, 김희원, 지석진, 변진섭, 바비, 김태진, 김수용, 하상욱, 이천수 등 12명의 출연진이 나와 풍성한 웃음을 안겼다.
이번에는 외모가 한층 다운 그레이드(Down grade)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한도전’이 뛰어난 몸매와 얼굴이 행복으로 직결된다고 믿게 된 사람들의 통념을 철저하게 비웃으며 신드롬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멤버들과 못친소들이 서로의 첫인상을 기준으로 외모 순위를 매겼는데 조세호, 유재석, 광희, 바비가 0표를 받은 가운데 우현, 이봉주, 박명수가 차례로 못생긴 순위 1~3등을 차지했다. 우현은 본인이 이봉주 선수 위에 섰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전의 드라마를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세 사람의 뒤를 이어 데프콘이 4위, 김태진 지석진이 공동 5위, 변진섭 김희원 정준하 하상욱 김수용 이천수가 각각 1표씩 얻어 공동 7위에 올랐다. 보는 사람들이 이들을 보고 못생겼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기존에 자리 잡은 잘생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탓이다. TV를 통해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면, 우린 그들을 ‘못친소’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통념을 비웃는 ‘무한도전’을 최고로 치는 이유는 자명하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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